Opinion Headline
참새와 달팽이
깜박 우산을 잊고 나왔습니다. 그냥 젖기로 합니다. 새벽까지 사납던 꿈자리 탓일까요? 오늘따라 시오리 산책길이 아득합니다. 오락가락 사나흘 빗줄기, 징검다리가 넘칩니다. 콩 …
장마
매실 익는 시절에 내려 매우(梅雨)라고도 하지요. 해마다 6월 하순에 시작해서 한 달쯤 비는 계속되지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과 차고 습한 오호츠크해 기단이 서로 밀고 …
내 마음의 꽃밭
농경 시대의 유전자였습니다. 보릿고개 설움이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만 보여도 고추, 상추, 오이, 가지, 파를 심었지요. 푸릇푸릇 생각만으로도 향기로웠지요. 골목을 오가는 …
앤드 크레딧
+1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시초지요. 숏(shot)이 신(scene)이 되고 신이 시퀀스(sequence)가 되고 시퀀스가 모여 한 편 영화가 됩니다. 현실의 …
간월도/황성진
서해 간월도에 일백 개의 달이 떴다대웅전 뒤 벼랑 아래 깃든 보리새우가달빛에 밤새 정진하며 알을 품고 있었다-황성진 시집 『태배』(고요아침, 2019)「간월도」…
눈을 막고 귀를 뜨고
깍깍 깍 미루나무 우둠지 까치네요. 포르릉, 놀란 참새가 날아갑니다. 개개비는 마른 갈 숲에 내려 팥알보다 작은 심장을 할딱거립니다. 징검돌 틈을 빠져나가는 냇물, 있으나 없…
전설 1
“복사꽃이 진다”는 말을 “아니 복숭아꽃이 벌써 져”라고 받더군요.먼 산에 산벚꽃이 꼭, 탁탁 분첩으로 두드리던 사촌 누님의 얼굴인 듯 뽀얗네요. 산벚꽃 피자 복사꽃이 집…
귀로 듣는 향기
+1화엄사 각황전 모퉁이가 붉다 못해 검네요. 매화는 설중매(雪中梅)와 납월매(臘月梅)를 꼽는다지요. 무심한 듯 가지 끝에 몇 송이 피웠다 사그라들어 다시 또 피워 올리는, 눈 …
한 톨 먼지
보이저 1호는 1977년에 발사했습니다. 목성·토성 관측 탐사를 마치고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우주로 날아가고 있지요. 2030년쯤 지구와 통신 두절 된다지만, 멈…
하지夏至/윤경희
독경 소리 듣고 자란 봉정사 텃밭에는살이 오른 감자들 이랑마다 발 내민다허공엔 풍경이 한 솥 포슬포슬 익는 오후-윤경희 시조집 <<환절기 무렵&a…
수선화
+1어둠을 뚫었습니다. 송곳도 아닌 여리디여린 손가락입니다. 수선화 새 촉이 언 땅을 열고 세상에 나온 것은 기적입니다. 혁명입니다. 싹이 돋고 꽃을 피우고 다시 또 어둠으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