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속 신작로/은정
김제군 백산면 산 네 귀퉁이를 묶으면 보자기 속 오래된 터전이 된다. 신작로만 도시로 구불구불 산허리를 기어가다 툭 분질러지기도 한다. 가끔 낡은 버스는 투덜대며 먼지구름을 게워낸다. 읍내에 장이라도 …
연보랏빛 구절초/서정옥
산모퉁이 돌아서면 피리 부는 바람언덕을 만난다. 안개 속 수난의 계절, 모진 폭풍을 견디며 피었다. 그윽한 보랏빛 꽃향기 속 들여다보며 눈맞춤 한다. 아픔과 고독 속의 땅심을 딛고 희망을 부른다. 하이얀 입술은 화려하지도 않고 무례…
엄마의 옛날이야기―동생 종하/신은하
=이야기가 있는 시
엄마는 셋째딸 영자를 잃고 이태 만에 첫아들을 낳았습니다. 해산 후 삼 일째 문중 어른이 여수장에 나왔다가 들렀는데요. 미역국에 밥 말아 드시며 말씀하셨어요. 아침도 아무개네 집에서 미역국을 먹었는데 그 집은 딸을 낳았더니라. 식구들은 부정이라도 탈까 봐 마음이 …
백령도, 눈 내리는/김춘추
눈아, 이왕지사 저 건너 몽금포에 내려와 앉지 그래 장산곶 마루에서 춤도 추고 임도 보고 인당수에 눈물 좀 보태다 은근슬쩍 코끼리바위 코도 만지고 이도저도 싫으면 금모래 십리길 바람의 날개 타고 흰 나비여도 좋지 좋아 그래, 그러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