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다/남승열
파도가 철썩 잠귀를 두드리는 바다를 쫘악 펴서 오징어를 말린다 엄마는 맨손의 마법사 노을꽃도 피운다 엄마의 바다에는 셈법이 따로 없다 샛바람에 흔적 없는 맹물체도 그렇지만 &nbs…
언저리의 온도차/정치산
시간이 흘러도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세상이다. 삼십 년 넘어 산 지역에서도 매번 외지인 취급이다. 몇십 년 언저리에서 맴돌다가 겨우 근처에 닿았는데, 애쓴 보람 없이 다시 경계 밖으로 밀려나 못 들어간다. …
연탄 한 장/이강길
연탄 한 장 무게 3.65킬로그램, 달동네에 연탄을 전하는 사람들의 체온 36.5도 서로 따뜻할 365일 이강길 2020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가 있…
아무것도 아닌/황희순
(경북 청송 주왕산 주산지) 청개구리 날개는 언제 사라졌을까 사람의 꼬리는, 너를 그리워하던 마음은 언제 슬며시 사라진 걸까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청개구리가 운다 저거 무슨 새 소리야 지나가는 아이가 제 어미에게 묻는다 글쎄, …
사인암 방명록을 뒤적이다ㆍ2 / 정치산
<중국 황산> 사인암 아래 난간에 바람의 방명록을 묶어 둔다. 바람에 넘겨진 페이지들이 출렁다리에서 흔들린다. 수천 번 다녀간 이름들이 천천히 페이지를 덧씌운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시험을 앞두고 새기는 기도다. …
늙어서야 겨우 미안하다/이성필
날아가는 글자를 잡으려고 언덕에 앉아서 가만히 적는다. 왜 저러지 하던 당신도 그런가보다 하며 조용히 본다. 빨라도 늦어도 우리의 시간이란 같이 늙어가는 것이다. 새카만 당신은 내가 하는 짓의 속…
맴*이 거시기혀서/김용균
꼭 헐 말이 있고만 왜 이런당가요 내동 암시랑토*안 혔는디 입도 띠기 전부터 으찌 이러크롬 가심*이 벌렁거리고 쌔바닥*은 얼음뎅이맹키로 굳는지 몰러 구신이 곡허다 말고 지한테 씨웠당게요 이 시…
트여 오는 풍경/고창수
아기자기한 이야기나 장면이 없더라도 천둥 번개 치는 극적인 구조가 없더라도 캄캄한 동굴 끝에 밝은 하늘이 비치듯 환히 트여오는 풍광이 있다면 뜻있는 풍경화로 맞이해야 하리. 고창수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
여행 2 / 최서연
집에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듯, 나에게서 나갔다가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최서연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물은 맨살로 흐른다』 『흩어지면 더 빛나는 것들』 『다음엔 부처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