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자의 시간/김차영
-김차영 시집 '댓글'에서 퍼옴
자라섬 면사무소 직원의 입에서 노광자란 이름이 불려지면 칠순 때 처음 가본 제주도 같이 생경하다 용식이 며느리, 철환이 각시, 미자 엄니로 덧칠된 …
나를 편집하다/ 신은하
길거리 분수대의 아이들처럼흠뻑 젖은 채 웃으며 뛰놀았으면,친구는 저만한 손주도 봤는데나잇값을 해야지.말도 안 되는 어떤 일치미는 부아를 와락 쏟아버릴까.돌아서면 후회할 텐데품위를 지켜야지.자질구레한 걱정 다 잊고 한 달쯤아니 일주일도 많아1박 2일만 유람하면 좋겠지만나…
영원한 내 편/ 박하리
엄마 잘 지내.어깨 아픈 건 무릎 아픈 건 참을만 해.엄마 글쎄 매실도 담가봤다. 그리고 겉절이도 해봤어.총각김치도 담가 봤고.엄마 있을 때 왜 안 했을까.딸아이가 할머니가 조기 구워 살점 떼어 줄 때 먹을 걸 그랬다나.그때 왜 안 먹었을까, 자꾸 물어보네.…
목포댁, 물빛/허문태
놓친 붕장어 다시 잡아 도마 위에 놓고 배 가르는 부르튼 손 봤지. 갈치 흥정하다 그냥 가는 손님을 한동안 쳐다보던 뒷모습 봤지. 동태 몸뚱이를 무쇠칼로 내려치다 힐끗 뒤돌아보던 눈빛 봤지. 자욱한 비린내 밀어내고 늦은 점심 훌쩍이고 먹을 때 흘러…
쏘 롱 메리안느/자하
동쪽 바닷가 마을 지하 음악실에서 듣던 코헨의 노래 그녀는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지 아침, 저녁 한 시간씩만 전기가 들어오는 그리스 외딴 섬 아파트에서 만난 메리안느와 사랑에 빠져 10년을 살았다던 코헨이 연인을 그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