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카고 컵스·한화이글스 야구선수 출신 김진영, “한국 야구의 미래는 저에게 맡겨보세요 ”
-노다웃 퍼포먼스 센터 총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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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규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진영 : 도봉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해 홍은중학교, 덕수고등학교를 거쳤습니다. 졸업 후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카고 컵스에 스카웃되어 선수로 활약했고, 이후 KBO리그 한화이글스에 입단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한화이글스 전략팀에서 국제 스카우터 업무를 맡았고, 지금은 ‘도슨트’라는 활동명으로 야구 인플루언서 활동을 병행하며 노다웃 퍼포먼스 센터 총괄 디렉터로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류현진 재단 소속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강인규 : 프로야구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김진영 : 솔직히 초창기에는 좋은 기억보다 부상으로 힘들었던 날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시간을 버티며 꾸준히 이겨낸 끝에 2020년에 1군 풀타임으로 뛰었고, LG전에서 채은성 선수를 삼진으로 잡고 데뷔 첫 승을 거뒀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마운드에서 오늘은 꼭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던졌고, 아웃카운트를 하나씩 잡을 때마다 손끝이 떨리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떤 선수들은 1승의 의미를 작게 보기도 하지만, 한 번도 승리를 경험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제게 그 첫 승은 오랜 고통이 보상받는 순간이자,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하루였습니다.


강인규 : 은퇴 후 프런트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김진영 : 프런트는 말 그대로 팀을 운영하는 회사의 시스템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경기와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바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죠. 저는 한화이글스 전략팀에서 상대 팀 분석, FA 및 트레이드 검토, 외국인 선수 영입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현장과는 전혀 다른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데이터를 다루고 전략을 세우는 일이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파견돼 국제 스카우터로 활동하며, 현지 선수 발굴과 계약, 외국인 선수 관리까지 맡았습니다. 한 달 동안 비행기를 23번 탈 정도로 강행군을 이어갔죠. 낯선 환경과 피로로 대상포진이 올 만큼 힘들었지만, 그 과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다웃 퍼포먼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
류현진 선수와 류현진 재단 분들과 함깨
두산베어스 곽빈선수와 최승용선수와 함께
강인규 : 동생분도 야구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걸으며 좋았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도움을 많이 받으셨나요?
김진영 : 동생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줬고,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KBO에 도전할 때도 함께 몸을 만들며 힘이 되어줬습니다. 그 덕분에 결국 2차 1라운드 지명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그리고 야구는 팀 스포츠이지만, 동시에 치열한 개인 경쟁의 세계입니다. 기술이나 심리적인 부분을 동료에게 의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족인 동생이 같은 길을 걸어준 건 큰 힘이었습니다. 제 야구 인생의 절반은 동생이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생이 없었다면 좋은 결과를 이뤄내지 못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화 프론트 시절
한화이글스 노시환 선수와 함께
강인규 : 현재 운영 중인 ‘노다웃 퍼포먼스 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김진영 : 노다웃 퍼포먼스 센터는 스트렝스(근력), 리햅(재활), 야구 기술 매커니즘이 통합된 토탈 퍼포먼스 트레이닝 센터입니다.
지하 1층은 재활에 필요한 전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타격·수비·투수 훈련을 위한 레슨 아카데미를 함께 운영합니다. 부상 선수들은 학교나 구단 복귀 전까지 몸 상태를 완벽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고, 퍼포먼스 향상이 필요한 선수들은 기능적 움직임과 코어 근육 활용을 개선해 경기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선수들이 마주하는 여러 딜레마를,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접목한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인규 : 노다웃에서 함께한 선수들 중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을까요?
김진영 : 정식 오픈한 지 10개월 정도지만, 이미 많은 선수들이 다녀갔습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키움 히어로즈에 1차 1번으로 지명된 박준현 선수가 있습니다. 북일고 소속이지만 노다웃에서 꾸준히 훈련하며 성장했고, 그 결실로 1차 1번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 롯데 최준용 선수는 수술 후 재활과 복귀 과정을 저와 함께 준비했고, 키움 안우진 선수는 군 복무 중에도 주말마다 찾아와 투구·캐치볼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직접 공을 받아준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 외에도 NC 김녹원, 두산 곽빈·최승용·김택연, KT 배제성·김민수 등 여러 선수들이 찾아와 몸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선수들의 코어 근육 사용과 전신을 다 사용하는 움직임의 효율성, 트레이닝을 중시하며, 짧은 기간에도 드라마틱한 퍼포먼스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화이글스 김태균 선수와 노다웃 퍼포먼스 센터 직원들과 함께
친동생과 함께
강인규 : 한국·미국·일본 야구를 두루 경험하셨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진영 : 먼저, 한국 야구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한 팀의 프런트 인력이 100~200명, 일본도 그에 가까운 규모지만, 한국은 20~30명 수준으로 훨씬 적은 인원으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만큼 실력 있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높으신 분들이 많다는 얘기죠. 이처럼 한국 야구는 앞으로도 발전하고 전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야구 문화가 발전할수록 데이터 통계, 선진 야구 기술과 야구 인프라 운영방법 그리고 ESG 경영과 같은 다양한 선진 경영으로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트렌드를 겉핥기식으로 따라가기보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 시스템을 제대로 배우고 한국식으로 소화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미국과 일본 야구의 장점을 모아서 한국형 야구 문화로 융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강인규 : 현재 참여 중인 ‘류현진 재단’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김진영 : 류현진 재단은 장학과 기부 중심의 장학 재단입니다. 대한민국 유소년 야구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 지역 초·중·고 야구부를 지원하고, 학생 선수들을 프로 경기장에 초청해 목표 의식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또 ‘찾아가는 베이스볼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재능기부와 물품 지원을 이어가며, 국내 야구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강인규 : 앞으로의 목표와 꿈을 들려주세요.
김진영 : 저는 현재 지도자로서 더 많이 배우고, 더 깊이 연구하는 중입니다. 제게 오는 모든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있게 웃으며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감이나 경험 중심의 코칭에서 벗어나, 데이터, 움직임, 멘탈 을 아우르는 통합 코칭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트레이닝과 기술의 연결한 접근은“한국야구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공을 세게 던지고 멀리 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원리와 힘의 사용,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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