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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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참 오래 하고 살았다. 우리 집안이 그랬다. 엄마는 달리기 선수였고, 아버지는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쉬지 않고 다니셨다. 오빠만 셋인 우리 집안에는 늘 운동기구가 즐비했다. 오빠 따라 태권도, 유도. 합기도, 검도, 많이도 따라다녔다. 난 내가 운동선수로 살 거라 예감하고 살았다. 시인? 그건 생각도 안 해본 사건이다. 모든 운동에는 철칙이 있다. 오래 훈련하고 한 판 맞짱을 뜬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다. 혼이 빠지게 훈련을 한 후에는 반드시 쉼이 있다. 고통 후에 오는 행복, 만족, 기쁨, 포만. 그리고 운동은 언제나 구간과 단계가 있다.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단 한 종목도 없다. 그렇게 나는 인생을 운동으로 배웠다. 우리 집안 누구도 운동선수로 나간 형제는 없지만, 운동의 정신은 여전하다. 반칙 없기. 공짜 없기. 실수 인정하기. 종이 한 장 차이로 이기는 승리는 승리가 아니기. 이길 때까지 져도 붙어보기.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하기. 몸의 언어에 귀 기울이기. 몸의 감각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그런데 이 오랜 몸의 감각이 내 시의 근간이기도 하다. 저절로 그렇게 흘러왔다. 서사보다는 감각이 먼저 움직이는 시. 내 시의 화자는 "지금"에 붙들려 있지만 세계는 계속 "먼 데"로 이동하는 것. 지금 운동하지만 내 몸은 먼 곳을 향해 변해가는 것처럼. 다~ 웃기는 짬뽕이고. 운동은 확실히 몸뿐만이 아니고 뇌를 깨운다. 움직일 수 있음에 그저 감사다. 수술 이후 아직 오래 걷기는 불가능이다. 그 덕분에 근력운동은 많이 한다. 나는 이 움직씨의 시간이 좋다. 몸을 쓰면서 몸을 만드는 이 몰입의 혼자가 좋다. 요즘 한창 배우는 춤도 각이 잡힐 때마다 재미있다. 귀청이 떨어지도록 크게 틀어주는 음악도 멋지고 어려운 동작을 하나씩 깨는 반복연습도 즐겁다. 이 모든 괴정이 내게는 시쓰기 전의 오만 짓거리다. 시는 늘 잔인해서 이 모든 잔소리를 듣고도 오지 않는 나쁜×이다. 그래도 괜찮다, 버티기는 내가 쫌 하는 편이다, 시야, 오늘도 안 나오면 내가 널 구워 먹을지도 몰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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