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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소래포구에 시가 걸렸다-남동문학 시화전

―2026 소래포구축제, 해오름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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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아래 전철이 길게 지나간다. 물이 빠진 소래 갯벌에는 햇빛이 내려앉고, 해오름광장 바닷가 쪽 난간을 따라 액자에 담긴 시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책장을 펼쳐야 만날 수 있었던 시가 거리로 나와 소래를 찾은 시민들을 기다리는 풍경이다.

 

2026 소래포구축제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소래포구 일원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남동구문화예술회도 문학·미술·서예·사진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만난다. 특히 문학분과가 해오름광장 일원에 마련한 ‘남동문학 시화전’은 시를 전시장 안에 가두지 않고 시민들이 오가는 바닷가 산책길로 불러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시화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전시 장소다. 작품 뒤로 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그 위로 철교와 전철이 지나간다. 멀리 도시의 건물들이 서 있고 가까이에서는 사람들이 산책한다. 바닷바람이 불고 갯물이 들고나는 일상의 공간에 시가 놓이면서 자연과 도시, 생활과 문학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전시된 작품들의 소재도 다양하다.

 

정경해의 「장수동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를 통해 그 곁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불러낸다. 수백 년을 견뎌온 나무는 한 그루의 자연물을 넘어 수많은 사람의 발길과 이야기를 품은 존재가 된다.

 

차수경의 「둥글고 따뜻한」은 새집과 어린 새를 바라보며 생명에 대한 연민과 모성의 감정을 펼쳐 보인다. 작은 새집에서 시작된 시선은 생명을 품고 살아가는 세계의 따뜻함으로 넓어진다.

 

김사연의 「간병인」은 우리 삶의 또 다른 자리를 바라본다. 늙고 병든 사람 곁에서 손발이 되어주는 간병인을 통해 돌봄과 인간 존중의 의미를 되새긴다. 화려한 수사보다 한 사람의 곁을 지켜주는 마음의 무게가 오래 남는 작품이다.

 

안춘예의 「여름 상견」에는 계곡과 여름날의 기억이 담겨 있다. 현재의 풍경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며 지나간 시간과 오늘이 포개진다. 홍금주의 「꽃비」에서는 바람과 꽃나무가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최제형의 「천지」에서는 백두산 천지를 향한 벅찬 감정이 푸른 하늘과 호수의 이미지와 함께 펼쳐진다.

 

자연과 고향, 생명과 돌봄, 기억과 그리움 등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들이 시와 그림, 사진을 만나 한 폭의 시화가 된 것이다.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도 산책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 한 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야외 시화전의 매력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작품을 걸어두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남동구문화예술회 문학분과는 시화전과 함께 바닷가 쪽 통로에서 『남동문학』과 시화집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누는 문학 나눔 행사도 진행한다.

 

이 대목은 이번 시화전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문학이 독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독자를 찾아 나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축제를 즐기러 왔다가 우연히 시집 한 권을 받아 들 수 있고, 누군가는 갯벌을 바라보며 걷다가 시 한 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도 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면 거리의 시화전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남동구문화예술회의 다른 분과들도 축제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미술·서예분과는 미술과 서예를 중심으로 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사진분과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사진촬영과 출력 행사를 마련한다. 감상하는 문화예술을 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래포구는 바다와 갯벌, 어시장과 사람들의 생활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다. 여기에 문학과 미술, 서예와 사진이 들어오면서 축제의 풍경도 한층 넓어진다. 먹고 보고 즐기는 축제 한편에 잠시 걸음을 멈춰 한 편의 시를 읽는 자리가 생긴다.

 

시화전 준비 모습에서도 그런 마음은 엿보인다. 관계자들은 해오름광장 난간에 현수막을 직접 매달고 액자를 하나씩 세웠다. 전시장이 따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오가는 길 자체를 전시장으로 만드는 일이어서 작품 하나를 거는 데에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준비를 마친 뒤 참여자들이 ‘남동문학 시화전’ 현수막 앞에 함께 선 모습에서는 지역 문학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시민 곁으로 가져가는 현장감이 전해진다.

 

지역문학이 살아 있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쓰는 일 못지않게 그 작품이 사람에게 가는 길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문예지와 시집이 문학의 중요한 자리라면 거리와 광장, 축제의 현장 또한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또 하나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래 해오름광장에 걸린 시들은 단순한 축제 장식물이 아니다.

 

전철이 지나가고 바닷바람이 불며 갯물이 들고나는 소래의 일상 한가운데 마련된 작은 문학의 자리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가겠지만 누군가는 한 작품 앞에 멈출 것이고, 또 누군가는 건네받은 『남동문학』이나 시화집을 집으로 가져갈 것이다.

 

그렇게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에게 건너가면 문학과 독자의 새로운 만남은 시작된다.

 

소래포구의 가을, 시가 책을 나와 사람들 곁으로 걸어 나왔다.

 

■ 2026 소래포구축제 남동구문화예술회 행사**

기간: 2026년 10월 2일(금)~4일(일)

장소: 소래포구 일원·해오름광장 및 행사부스

문학분과: 남동문학 시화전, 『남동문학』·시화집 무료 나눔

미술·서예분과: 미술·서예 및 체험활동

사진분과: 무료 사진촬영 및 출력

남동구문화예술회 회장 이기선 · 사무국장 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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