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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제주 제2공항 건설 논란, 시인들이 묻는 생명과 공존의 가치

-제주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시집 『그대로, 초록』 출간…제주의 자연과 마을 공동체를 지키려는 문학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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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철 광운대 교수, 시사 에세이 통해 제2공항 건설의 생태·문화적 문제와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조명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작가회의와 한국작가회의가 시집 『그대로, 초록』(한그루, 2026)을 통해 제주의 자연생태계와 지역 공동체의 존속 문제를 문학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고명철 광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학술·문화 전문 매체 〈대학지성 In&Out〉에 발표한 시사 에세이 「제주의 제2공항 건설, 죽음의 광란을 당장 멈춰라!」에서 이 시집을 중심으로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지닌 생태문화적·정치윤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살폈다.

 

고 교수는 2015년 정부의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 발표 이후 지역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의 적절성, 사업 추진 절차의 민주성, 마을 공동체의 해체 가능성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인의 언어로 제기하는 국가사업과 지역 공동체의 문제

 

시집 『그대로, 초록』에 수록된 작품들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단순한 개발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역사와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살펴야 할 문제로 다룬다.

 

고 교수는 김광렬 시인의 「당신은 누구신가?」를 통해 공항 건설의 명분으로 제시되는 관광객 유치와 경제 활성화가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역사적 기억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질문한다. 김광렬의 시는 제주의 자연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제주4·3의 역사적 상처를 환기한다. 고 교수는 이를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지역 공동체의 저항 의식이 결합된 시적 발언으로 해석했다.

 

김경훈 시인의 「공항을 지어라」 역시 국가권력과 자본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공항 건설의 명령은 개발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표현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태적 파괴와 공동체의 상실을 고발하는 역설적 표현으로 읽힌다. 고 교수는 이러한 시적 언어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현재의 문제를 성찰하며 미래의 위험을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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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과 숨골, 인간을 넘어 생명 전체의 문제로

 

이번 시집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주제는 제주의 자연생태계다. 서서희 시인의 「괜찮겠냐고?」는 제주에 서식하는 새와 동식물의 존재를 환기하며 개발사업의 영향을 받는 생명들에게도 그 변화가 괜찮은지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인간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중된 개발 논의에서 벗어나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지닌 생존의 가치까지 생각하도록 이끈다.

 

허유미 시인의 「숨골」은 제주 지하수의 형성과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숨골을 생명체의 호흡에 비유한다. 숨골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로, 제주의 독특한 지질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품은 아기의 머리에 있는 숨골을 조심스럽게 보호하듯 자연의 숨골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 교수는 제2공항 예정지의 숨골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이러한 자연환경이 단순한 개발 대상이 아니라 제주 생태계의 생명 유지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봉수 시인의 「초록은 옳다 2」 역시 제주에 새로운 공항이 들어설 경우 평화와 생명의 가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시적으로 표현한다. 이들 작품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환경 논쟁을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마을이 세운 학교, 공동체의 기억을 지켜야 한다

 

시집에는 자연생태계뿐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제주 마을 공동체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도 수록됐다. 김일영 시인의 「활주로의 북쪽」은 성산읍 수산초등학교를 화자로 설정해 학교와 마을이 함께해 온 시간을 돌아본다.

 

작품 속 학교는 아이들의 웃음과 노랫소리가 이어지고 여러 세대가 성장해 온 공간이다. 그러나 공항 건설로 인한 소음과 생활환경 변화가 마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고 교수는 김섬 시인의 「진안할망당 애기 울음소리」도 함께 소개하며 수산초등학교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세워지고 유지돼 온 공동체의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작품에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학교를 건립하고 아이들의 급식을 마련했던 기억이 담겨 있다. 고 교수는 이러한 마을의 역사가 개발사업의 경제적 효과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고 보았다.

 

문학이 제기하는 평화·생명·공존의 가치

 

고 교수는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의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평화와 생명, 공존의 가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가 지닌 자연환경과 역사적 경험, 마을 공동체의 문화가 개발의 논리 속에서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세이의 마지막에는 홍경희 시인의 「바람의 공수」가 소개된다. 이 작품은 제주 마을의 자연과 일상, 공동체의 삶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그리며 갈등을 넘어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번 시집 『그대로, 초록』과 고 교수의 에세이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문학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공항 건설을 둘러싼 정책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역 주민의 삶과 생태환경, 공동체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고명철 교수는 문학평론가로 『세계문학, 그 너머』, 『문학의 중력』, 『잠 못 이루는 리얼리스트』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계간 『리토피아』 주간과 한국작가회의 세계문학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료 참고: 고명철, 「제주의 제2공항 건설, 죽음의 광란을 당장 멈춰라!」, 〈대학지성 In&Out〉, 2026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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