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찬 시인, 제24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시 부문 심재칠·수필 부문 최남미 함께 수상, 9월 19일 강원문인대회서 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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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 식물의 상처에서 길어 올린 회복과 생명의 시
안원찬 시인이 시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로 제24회 강원문학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가상은 시 부문에서 안원찬의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와 심재칠의 「문래산, 나를 살게 한 샛별」을 공동 선정했으며, 수필 부문에서는 최남미의 「왕산골 진달래」가 당선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 발표는 2026년 8월 11일 이뤄졌으며, 시상식은 9월 19일 강원도립대학교 글로벌홀에서 열린 강원문인대회에서 진행됐다.
안원찬의 당선작은 식물의 가지를 잘라 물에 담가 뿌리를 내리는 ‘물꽂이’에서 출발한다. 전기 점검을 하러 온 김형이 던진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되지만, 시인은 곧바로 가위를 들지 않는다. 가지를 자르면 식물이 아파하지 않을지, 후유증에 시달리다 생명을 놓아버리지 않을지 망설인다.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한 행위가 먼저 상처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작품의 긴장을 이룬다.
잘린 가지를 빗물 고인 투명한 병에 꽂아놓은 화자는 햇살과 노을을 나누어준다. 여기서 식물의 상처는 무관심한 세상에서 홀로 아픔을 견뎌온 사람들의 삶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고통을 쉽게 지워버리는 대신 흉터와 옹이를 바라보고, 그 자리에서 희고 단단한 눈과 실뿌리가 돋아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마지막의 ‘또 하나의 눈부신 생(生)’은 상처를 지나 다시 시작되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운문 부문 심사위원회는 이 작품을 “식물의 ‘물꽂이’라는 일상적 행위에서 인간 삶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서사를 이끌어낸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대상에게 상처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가위질이 새로운 생을 열어주기 위한 아픔으로 전환되고, 화자가 상처 입은 존재에게 햇살과 노을을 나누는 정성이 작품의 감동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공동 당선작인 심재칠의 「문래산, 나를 살게 한 샛별」에 대해서는 거칠고 척박한 ‘뼝대바위’를 배경으로 존재의 위기와 극복 과정을 그려냈다고 평했다. 목을 축이기 위해 올챙이의 작은 웅덩이에서 물을 빌리는 장면에 담긴 참회와 성찰, 낮은 곳에서 무릎을 꿇은 뒤 ‘하늘 길’을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회는 두 작품이 ‘상처와 치유’라는 공통된 흐름으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안원찬은 수상 소감에서 당선작의 출발점이 2007년 봄날의 작은 대화였다고 전했다. 가지를 잘라 물에 담그면 뿌리가 내린다는 말을 오래 마음에 품었고,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견딘 뒤 새 뿌리를 내리는 식물에서 고단한 세월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2004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여섯 권의 시집을 펴냈다는 그는 자신의 시가 삶의 야위고 고단한 모퉁이에서 건져 올린 작은 온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비에 젖은 세상의 모든 소박한 생명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정직한 시인이 되겠습니다”라고 앞으로의 창작 의지를 밝혔다.
안원찬은 강원 홍천 출생으로, 한신대학교 문예창작 대학원에서 시를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능인불교법사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 시집 『지금 그곳은 정전이 아니다』(리토피아)를 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눈물도 햇빛 아래선 반짝임을 멈추지 않는다』 등을 펴냈고, 강원PEN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홍천문화원 이사와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장, 홍천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원찬 당선작 전문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
전기 점검을 하러 온 김형이
슬쩍 던지고 간 한마디,
가지를 잘라 물에 담그면 뿌리가 내린단다
아파하지 않을까
후유증에 시달리다 숨을 놓진 않을까
며칠 망설이다 독한 맘으로 가위를 들이댄다
파르르 떨리는 몸통을 싹둑, 질렀다
눈물 대신 빗물 고인 투명한 병에 꽂아두고
품에 아껴둔 햇살과 노을 나누어주었다
발바닥 쓰라려도 관심 두지 않는 세상에서
저 혼자 짓무르며 핏기 지워내던 날들
비 그친 뒤, 아득히 큰 울음소리 들렸다
눈물 묻어두던 흉터마다 옹이가 만져지고
푸른 상처 터트린 발목에서
희고 단단한 눈이 트고 있었다
돋아나는 실뿌리로 시작될
또 하나의 눈부신 생(生)이 숨을 쉰다
운문 부문 심사평
이번 운문 부문 당선작으로 〈문래산, 나를 살게 한 샛별〉과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 두 편을 공동 선정한다. 두 작품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과 단단한 시적 언어를 보여주며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래산, 나를 살게 한 샛별〉
이 시는 '뼝대바위'라는 거칠고 척박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이 겪는 존재론적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심장이 철판이라 믿었던’ 오만이 무너지고 목숨을 건 절박함 속에서 화자가 마주한 것은 거창한 샘물이 아닌 '올챙이 먹을 작은 웅덩이'다.
자신의 목을 축이기 위해 타자의 생명수를 빌렸다는 참회와 성찰은 시에 깊은 생태적 사유를 부여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무릎을 꿇은 뒤에야 비로소 가장 높은 곳의 '하늘 길'을 보게 되는 시선의 확장은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긴장감을 훌륭하게 성취해 냈다.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안원찬
이 작품은 식물의 '물꽂이'라는 일상적 행위에서 인간 삶의 보편적인 고통과 회복의 서사를 이끌어낸 수작이다. 타인의 무심한 한마디에서 시작된 가위질은 대상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 같지만 실상은 ‘또 하나의 눈부신 생’을 열어주기 위한 필연적인 아픔이다.
발바닥 쓰라려도 관심 두지 않는 세상이라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화자는 상처 입은 존재에게 햇살과 노을을 나누며 지극한 정성을 쏟는다. 짓무름과 핏기를 지워내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푸른 상처 터트린 발목에서 희고 단단한 눈과 실뿌리가 돋아나는 마지막 대목은 숭고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픔을 옹이로 품어내고 끝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두 당선작은 '상처와 치유'라는 하나의 강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문래산, 나를 살게 한 샛별〉이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얻은 빛 하나의 구원을 노래했다면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는 작은 식물의 몸통을 자르는 아픔을 통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는 생명력을 증명해 보였다.
시적 대상을 치밀하게 관찰하는 힘과 이를 인간의 삶으로 치환해내는 정제된 문장력이 돋보이는 두 작품의 당선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깊고 넓어질 시인의 문학적 여정을 기대한다.
작가상 심사위원회
남진원(글)/시인, 문학평론가
김호운/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함영연/동화 작가, 문학박사
이연희/시인, 강원문인협회 회장
안원찬 시인 수상 소감
푸른 상처 위에 돋아나는 또 하나의 눈부신 생을 기다리며
방금 걸어온 길을 문득 돌아볼 때가 있습니다. 2004년 시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가슴에 품은 이래, 여섯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으며 수많은 계절을 시와 함께 건너왔습니다. 돌아보면 제 시의 모든 문장은 거창한 담론이 아닌, 삶의 가장 야위고 고단한 모퉁이에서 건져 올린 작은 온기들이었습니다.
당선작 <새로운 삶을 찾아주려고> 역시 오래전 어느 비 내리던 날의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2007년의 봄날, 전기실 근무하던 김 형이 무심하게 던지고 간 “가지를 잘라 물에 담그면 뿌리가 내린다”는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제 가슴속에 맴돌았습니다.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견뎌내야만 비로소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생명력은, 발바닥 쓰라린 줄 모르고 짓무른 세월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어찌나 닮았던지요.
가위를 대는 아픔, 푸른 상처 터트린 발목에서 끝내 희고 단단한 눈을 터뜨리는 실뿌리의 집념은 결국 제 스스로에게, 그리고 지친 이웃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간절한 구원의 언어였습니다. 20여 년 전의 그 작고 소박한 대화가 2026년 오늘의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 이렇게 큰 울림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어쩌면 삶의 흉터마다 옹이를 다듬고, 비 그친 뒤에 찾아올 눈부신 생을 끈기 있게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시에 귀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시고 큰 상으로 용기를 주신 <강원문학 작가상>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푸른 상처 끝에서 희고 단단한 눈을 틔워내는 실뿌리처럼, 비에 젖은 세상의 모든 소박한 생명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정직한 시인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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