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김구용시문학상 안성덕 시인의 시집 '깜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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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토피아
안성덕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출생하여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몸붓', '달달한 쓴맛', '깜깜'이 있고, 디카에세이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가 있다. 계간 '아라쇼츠'의 주간직을 맡고 있다.
심의위원 중 하나인 손현숙 시인은 작품 평가에서 ‘안성덕의 이번 시집 속 시들은 다양한 주제의식은 물론 시편마다 각각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으로, 문학적인 가치와 창의성을 충분하게 내포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며, 문학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15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정치산 시인)과 제9회 아라작품상(수상자 김동호 시인) 수상자도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3월 29일(토) 오후 4시 문학동의 ‘소극장 돌체’에서 진행하며, 이 자리에서 리토피아가 그동안 만들어온 창작시노래를 선보이는 식전 축하공연도 펼쳐진다.
수상 시집 '깜깜' 중에서
깜깜
운다
숨바꼭질하던 손녀가
꼭꼭 숨어든 네 살배기가
눈물 범벅 콧물 범벅
하얗게 질려있다 깜깜
지워진 세상 헤어나지 못한다
고래 배 속 같은
어둠이 두려운 지니야
더 무서운 건 환한 세상이라는 걸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거라는 걸
알지 마라
네 눈동자 속 까만 머루알이
내 눈엔 없구나
못찾겠다 꾀꼬리
제 알몸 애써 안 보고 싶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지나야 나는
눈을 감는다
깜깜
개밥바라기
어둑살보다 먼저 옵니다 검둥개 저녁 먹으라고 나옵니다 저기 다가오는 사람이 밥을 줄 주인인지 저를 묶어 갈 개장수인지 두려울 녀석, 어서 가 안심시키라고 떴습니다 이슬 차고 나온 사람들 허청허청 제집 찾아갈 때, 저기 저 기다리는 게 대문간에 꼬리 치던 녀석인지 사흘 굶은 늑대인지 분간 못 할 때, 안심하라고 떴습니다
개밥바라기 뜰 무렵 사람의 마을에도 등불이 켜집니다 식구들 어서 돌아오라고, 둘러앉아 밥숟가락 들자고 집집 밝힙니다 동구 밖에 검둥개 마중 나가듯 먼저 들어와 마중불 환하게 듭니다 아득한 고향집엔 어둑살보다 먼저 저녁연기 피어올랐지요 가마솥 밥물 내 넘쳤지요 날개 달린 것들도 개밥바라기 등대 삼아 제집에 날아들었고요
그믐
뭘 감추는 걸까
무슨 생각 그리 골똘한 걸까
깜깜한 그믐 말고
환한 보름에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까, 달
슬며시 그대 손목 잡으려던 생각
절굿공이 맞잡고 쿵덕
쿵덕 찧으려던 방아
멋쩍어 그랬을까, 그대 모른 척했다
그믐밤이었다
끝내 안 보인
눈감은 그 대답으로 나는 버텼다
달의 뒤편을 기웃거리며
한 쟁반 은근할 보름을 고대하며
곰곰 생각해 보니 그대
어두운 그믐 같은 속내 보여 준 거겠다
어느 가을밤 누님처럼, 달도
뒤돌아 소슬바람 소리로 옷 갈아입는 거겠다
안 보여 준 게 아니라 차마
못 본 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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