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박성민
본문

절벽에 길이 있다
허공마다 발을 심고
벼랑을 헛디딘 마방馬幇
멀어지는 말방울 소리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솟구치는 낭떠러지
-박성민 시조집,『골목을 주워 왔다』(고요아침, 2026)
***
절벽 위에 길을 낸 차마고도 긴 행렬. 길은 어디에든 있으련만 당나귀 데리고 아스라한 벼랑길을 가는 마방. 마방이 구한 것은 무엇이었나. 마방의 길 아니고는 안 되는 비루한 삶이었나, 역마살이었나. 벼랑을 헛디딘 마방의 노래는 얼마였을까, 마방의 노래를 따라 낭떠러지 울리던 말방울 소리는 얼마였을까. 태어나 보니 차마고도 사람이었고, 태어나 보니 더는 얹을 수 없는 등짐을 지고 마방의 손에 고삐를 맡긴 당나귀였나. 생명 이전에 별에서 온 것들아. (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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