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징후/홍성란
-사진 : 홍성란
본문

즐거운 징후
홍성란
해안가 거미집도 저런 집은 처음이라 지나가던 대충(大蟲)이 들여다보고 있으니, 잘생긴 저 호랑거미 공들인 공 있었네
발길 붙들어 맨 건축술 하며 처세술 하며 사로잡힌 대충이야 보건 말건 자는 시늉, 우주의 누가 또 알까 바닷가 이 소식을
알고도 속아주는 그 즐거움이 즐거워 범[虎]은커녕 벌레도 날벌레로나 낚여서,고요한 호랑거미 가까이 거듭 돌고 돌았네
-≪가히≫(2025, 겨울호)
달력도 보지 않고 추석명절이 들어 있는 10월에 한달간 입주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무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10월 5일 해남행. 25일 오후 2시 상경 버스를 탔으니 20일을 해남 인송문학촌에서 지냈나 봅니다. 6일 아침. 어제 승용차를 타고 지나온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꽃도 담고, 바닷가 마을도 담고 먼 바다 풍경도 스마트폰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일없는 사람, 無事閑人으로 해남 송호리 해변을 걷다가 눈길 끄는 힘이 있었으니, 지금까지 만난 거미 중에 가장 크고 화려한 호랑거미! 나는 오래 호랑거미와 춤을 추었습니다. 내가 그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그도 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3首로 쓴 연시조 <즐거운 징후>는 각 수를 이어쓰기 하고 연을 나누었습니다.(홍성란)

Copyright © 한국문화예술신문'통'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