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봄눈 오는 날-수유시장 단골집에서 하느님과/김근식
본문
북한산 자락에
봄 하얀 눈이 고요히 내리네.
세상도 숨죽이고
지붕 위로 하늘이 내려앉는다.
수유시장 골목 안
단골 집, 낡은 간판 아래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반가운 눈빛들 사이로
따뜻한 막걸리 한 사발
그 속에 봄 햇살 한 스푼을 띄운다.
하느님을 모시고
허리 굽은 노인네들 틈에서
그분도 한 잔 받으시네.
“이거, 올해 첫 봄 술이구먼.”
말씀 없으셔도,
웃음 속에 머문 은총
눈은 여전히 내리고
북한산엔 은빛 기도가 쌓여가고
우리 테이블엔
인간의 온기와 하늘의 향이 섞여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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