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마을ㆍ1/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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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초보, 이 넓은 풀밭을 언제 다 감자밭으로 만드나?
옆지기의 퇴직으로 농사를 시작한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초보인 나는 일을 벌이는 옆지기 때문에 당황스런 날의 연속이다. 800평 농사도 주말에 몰아쳐서 벌여놓고 일주일 내내 뒷정리에 풀뽑기에 정신없는데, 덜컥 1,200평의 밭을 얻어와서 감자와 옥수수를 심는다고 또 밭을 갈고 있다. 이웃에 또래 친구 2명이 있어 서로서로 큰 일들은 품앗이로 하고 있어서 그나마 겨우 해내고 있다. 옆에서 도와주는 이웃이 없었다면 벌써 포기했을 수도 있었는데, 함께 일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힘든 농사의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어 늘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옆지기가 두둑성형기를 끌고 밭두둑을 만들고 나면 피복기로 비닐을 멀칭하고 양끝에서 비닐을 잡고 잘라내어 묻는 작업을 주말 동안 몰아쳐서 비닐을 씌우고 감자를 심었다. 저 넓은 밭을 언제 다 갈아서 감자밭을 만들까 아득했는데, 이웃 친구들 덕분에 일을 마쳤다. 농사는 농부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망하고,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무럭무럭 자란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되새기며 무탈하게 자라서 빈 주머니를 채워 주기를 하늘에 기도한다.
정치산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바람난 치악산』, 『짝그의 말을 훔치다』. 강원문학작가상, 원주문학상, 전국계간지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 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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