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의 ‘고도’를 몸으로 기다리다…현대무용으로 다시 만나는 『고도를 기다리며』
-10월 28일 인천 트라이보울…아함아트프로젝트 확장·재창작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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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춤평론가상 ‘베스트작품상’ 선정작…움직임과 말로 다시 묻는 ‘기다림’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연극무대가 아닌 현대무용의 몸짓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트라이보울은 오는 10월 28일 오후 7시 30분 트라이보울 2층 공연장에서 아함아트프로젝트의 현대무용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선보인다. 2026 트라이보울 시리즈 하반기 시즌 ‘사유하는 몸짓’의 첫 번째 무대다.
이번 작품은 베케트의 동명 희곡에서 출발하지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등 원작의 인물이나 서사를 그대로 무대에 옮기지는 않는다.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베케트가 던진 보다 근원적인 질문,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안무가 함도윤은 원작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기다림의 시간을 오늘날 창작자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견뎌야 하는 시간으로 확장했다.
창작자는 영감을 기다린다. 움직임을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에도 몸과 생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달리는 몸’과 ‘말’을 통해 표현하면서 기다림을 정지된 시간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찾아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는 상태로 바라본다.
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되는 ‘기다림’
무대에는 버스정류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등장한다.
버스정류장은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도착하는 곳이다. 그러나 출발과 도착 사이에는 반드시 기다림이 존재한다. 무용수들은 이 공간에서 멈추고, 반복하고, 다시 움직이며 저마다 다른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한다.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아니다. 라디오와 목소리, 대사 등 연극적 장치가 현대무용의 움직임과 결합한다.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오가면서 한 창작자가 경험하는 기다림을 점차 관객 자신의 기다림으로 확장해 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것을 기다린다. 사람을 기다리고, 사랑을 기다리고, 기회를 기다린다. 어떤 이는 성공을,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이 달라질 순간을 기다린다. 그래서 작품 속 기다림은 결국 무대 위 무용수들만의 것이 아니라 객석에 앉은 관객의 시간이기도 하다.
2025 춤평론가상 ‘베스트작품상’ 선정작
<고도를 기다리며>는 2025 춤평론가상 ‘베스트작품상’에 선정된 작품이다. 이번 트라이보울 공연에서는 기존 작품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고 내용을 확장해 새롭게 재창작한 버전을 선보인다.
안무가 함도윤이 이끄는 아함아트프로젝트는 발레를 기반으로 하면서 움직임과 텍스트, 이미지, 연극적 구성을 결합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 <뉘엿 뉘엿>, <Never Grow Up> 등이 주요 작품으로 소개돼 왔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일반적인 공연의 순서를 뒤집어 커튼콜로 시작하는 독특한 구성도 시도한다. 공연의 마지막에 등장해야 할 장면을 처음으로 가져오면서 시작과 끝, 과정과 결과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몸은 생각할 수 있는가…‘사유하는 몸짓’
이번 공연은 트라이보울이 마련한 2026년 시리즈의 전체 주제와도 연결된다.
올해 트라이보울 시리즈는 ‘사색하는 악기, 사유하는 몸짓’을 주제로 모두 6차례 진행한다. 하반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는 춤과 몸을 통해 우리 시대가 함께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10월 아함아트프로젝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11월에는 99아트컴퍼니의 <제(祭), 타오르는 삶>, 12월에는 백연 발레프로젝트와이의 <MELTING 멜팅>이 이어진다.
문학의 언어로 탄생한 작품이 다른 예술 장르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과정은 흥미롭다. 특히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기다림’이라는 추상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을 문장이 아닌 몸으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이번 공연을 바라보는 중요한 지점이다.
베케트의 인물들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렸다. 그러나 함도윤의 무용수들은 기다리면서 달리고, 실패하면서 다시 움직인다. 그렇게 70여 년 전 희곡 속 기다림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다림으로 옮겨온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정말 멈춰 있는가.
10월 28일 트라이보울의 무대는 그 오래된 질문에 정답을 내놓기보다, 움직이는 몸을 통해 관객에게 다시 질문을 건넬 예정이다.
공연은 10월 28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연수구 트라이보울 2층 공연장에서 열리며 전석 2만 원이다. 엔티켓과 놀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공연 관련 문의는 트라이보울(032-832-799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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