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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권은 바뀌어도 미래는 계속되어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국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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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 시인·본지 발행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고, 새로운 정부는 자신이 약속한 정책을 실현하려 한다. 이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변화한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정권교체의 중요한 의미다. 권력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국가의 모든 일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는 임기가 있지만 국민의 삶에는 임기가 없다. 오늘 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여러 정부를 거쳐 어른이 되고, 지금 태어난 아이가 살아갈 사회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부가 정책을 시작했느냐보다 그 정책이 자신의 삶에 어떤 결과를 남겼느냐일 것이다.

 

국가의 미래는 한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몇 년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지역의 쇠퇴, 교육제도의 개선, 기후와 환경 문제,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준비가 그렇다. 주거와 돌봄, 국민의 건강과 노후에 관한 문제도 오랜 시간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들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일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이미 시작한 정책을 제대로 완성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이름과 구호가 등장한다. 정책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내용까지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전 정부가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익한 정책까지 중단한다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물론 정책의 연속성이 잘못된 정책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효과가 부족한 정책은 고쳐야 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는 바꾸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어느 정권에서 시작했는가보다 국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앞으로도 지속할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교육을 생각해 보자.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을 준비하는 오랜 과정이다. 오늘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사회에 나갈 때까지 교육환경과 직업세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정책에는 변화에 대응할 유연성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안정성이 필요하다. 제도를 바꿀 때에는 그 변화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젊은 사람들이 살아갈 여건을 마련하며, 문화와 교육의 기반을 갖추는 일은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건물 하나를 짓는 것으로 지역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고 아이를 키우며 계속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만들려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바뀌더라도 이어갈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초연구와 인재 양성은 오랜 시간 축적되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없다고 해서 연구의 가치를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산업을 준비하는 일은 오늘의 성과뿐 아니라 아직 나타나지 않은 가능성에도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장기적인 연구환경을 마련하고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중요한 책임이다.

 

문화예술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문화예술의 현장에서 일하면서 한 사람의 예술가가 성장하고 하나의 문화적 기반이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생각해 왔다. 한 번의 공연이나 전시가 끝났다고 해서 문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문예지가 오랫동안 발행되고, 지역의 예술가들이 작품을 발표하며, 어린 세대가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를 얻는 과정이 쌓여야 사회의 문화적 토양도 깊어진다.

 

문화예술정책이 정권의 취향이나 단기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원사업의 효과와 운영의 공정성은 엄격하게 평가하되, 가치 있는 창작과 문화적 기반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는 어느 한 정부가 만들어놓고 떠나는 장식물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물려받아 다시 가꾸어야 할 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국가적으로 오래 지켜야 할 목표와 정부마다 새롭게 선택할 정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인구와 교육, 지역의 지속가능성, 기초연구와 문화적 기반처럼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달라질 수 있어도 다음 세대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는 목표만큼은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역할은 중요하다. 여당과 야당은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서는 상대방의 제안이라도 타당하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정책을 이어가는 일이 정치적 패배가 되는 사회보다 좋은 정책을 함께 완성하는 일이 공동의 성과가 되는 사회가 더 성숙한 민주사회일 것이다.

 

국민에게도 역할이 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새로운 약속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지난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책이 누구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는가보다 실제로 무엇을 바꾸었는지 묻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정치 역시 장기적인 책임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국가의 약속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실행 과정을 공개하며, 성과와 문제점을 꾸준히 평가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오늘의 시민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 미래를 위한 정책일수록 그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를 자주 이야기하지만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별개의 세상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다음 날의 현실이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 세대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오랫동안 해결해야 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까지 우리의 판단 속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정권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그 성과가 얼마나 오래 남을 것인지도 함께 물었으면 한다. 임기 안에 시작한 사업이 몇 개인가보다 다음 세대에게 어떤 기반을 남겼는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정부는 새로운 일을 많이 시작하는 정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좋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다음 정부가 더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남기는 정부 역시 좋은 정부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국민의 삶에 오래 남을 성과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권리이며, 국가의 미래를 이어가는 일은 민주주의의 책임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충돌할 필요가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꾸어야 할 것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바꾸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부의 임기는 끝나도 아이들의 미래는 끝나지 않는다. 정치의 승패는 선거에서 결정되지만, 국가의 성패는 다음 세대의 삶에서 드러난다. 정권은 바뀌어도 미래는 계속되어야 한다.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지켜야 할 국가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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