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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 아닌 말을 자꾸 말이라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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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자에는 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들이 여럿 있다. 말이란 사람의 몸에서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일종의 기운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기운에서부터 정신이나 철학적 사유까지도 포함되어 나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탄성에서부터 하품에 이르기까지가 다 그렇다.

 

그 중 상대방이 어떻게든 알아들을 수 있는 최소의 말은 언이라고 볼 수 있다. 언은 거의 사람의 입에서 무분별하게 나오는 소리에 가깝다. 어는 조금 다르다. 글자 속에 오가 들어 있으니 무언가 개인의 것이 담겨나오는 정도의 말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설은 좀 더 차원이 높은 말이다. 말로 서로 화락하고 기뻐한다는 의미의 글자가 옆에 붙어 있다.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라는 보다 정제되고 논리적인 자기 생각의 표출이라는 뜻의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설은 중국 문체文體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불성설語不成說을 글자의 본래 뜻대로 해석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아무리 말을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분명한 생각과 논리를 갖춘 설이 될 수는 없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쉽게 다시 풀어내면 제아무리 상황에 맞추어 비슷한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 말은 깊이나 그 사람의 정신이 담겨있는 말은 될 수가 없다는 것이리라. 필자가 분명하게 하고자 하는 말로 바꾼다면 아무리 억지로 변명을 늘어놓아도 제대로 된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일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주변에서 탈을 잡게 되면 그 말들을 모조리 싸잡아 소리에 지나지 않는 으로 매도해 버리는 것이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전형적인 우기기 수법이다. 권력을 쥐게 되면 그 사람의 말은 곧 어도 되고 설로도 둔갑하게 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반대로 힘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설로 모양을 갖추어 이야기를 해도 곧바로 언으로 시궁창에 처박혀버리는 세상이다. 그런데 권력도 아닌 지푸라기를 잡고서 마치 커다란 권력인 것처럼 전횡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롭기도 하다.

 

지역 문화재단 지원사업의 일부 심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결과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특정인에 몰아주기 정황은 오해 이상의 전횡이 분명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위를 물으면 탈락한 사람들은 다 그렇다는 식의 무대뽀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나 재단의 심의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은 재단의 불찰에서 올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돌아보는 것이 옳다. 주변의 불만 섞인 말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절대로 옳은 대응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한 심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작업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은 주관적인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차라리 쉽다. 하지만 '완벽한 심의'라면 적어도 심의위원들의 작품평가에 대한 분명한 채점표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문화예술인들로부터 불공정 의심을 받는 것이 재단인지 심의위원인지 특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심의위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심의를 했다면 공정시비의 책임도 응당 져야 하는 것이 명실방부한 심의위원이 아닐까 싶다.  만약에 심의비만 챙기고 책임은 뒷전이라면 이미 그 명성은 쓰레기 명성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문제의 원인은 어차피 문화예술계 권력의 꽃인 문화재단에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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