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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칼럼-주식시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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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칼럼 | 장종권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가 상승을 반기던 사람들이 이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식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주식투자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까지 늘어난 것 같았던 재산이 하루아침에 줄어들고, 며칠 사이에 몇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 사라지기도 한다.

 

주식이 오르면 기분이 좋다. 특별히 돈을 쓴 것도 아닌데 재산이 늘어난 것 같고, 세상이 조금은 넉넉해진 듯하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당장 돈을 쓸 일이 없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더 떨어질까 걱정이고, 팔자니 손해가 아깝고, 기다리자니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주식시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주식투자를 이야기할 때 흔히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주식은 원래 위험한 것이고, 돈을 벌려고 투자했으니 손해를 보아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주식은 은행 예금과 다르고, 누구도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투자에 따른 손익은 기본적으로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설명이 끝나는 것일까.

 

기업은 사업을 확장하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필요로 한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중요한 제도다. 물론 우리가 증권시장에서 기존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그 돈이 기업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야 기업도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진다. 결국 수많은 투자자의 참여가 주식시장을 유지하는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그 바탕을 이루는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개미투자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별한 부자가 아니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조금씩 모은 사람도 있고, 퇴직금을 나누어 투자한 사람도 있으며, 노후를 준비하면서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한 사람도 있다. 물론 무리하게 빚을 내어 투자하거나 지나친 수익을 기대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돈에 눈이 멀어 주식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처럼 생각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기업도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다. 금융기관도 이익을 얻기 위해 영업하고, 거대한 투자회사들도 수익을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그런데 개인투자자가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샀다는 사실만 유독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있을까.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면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늘리려는 것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다. 오히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기업의 미래를 믿고 자신의 돈을 투자한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생긴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해도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사업을 계속한다. 정부도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금융기관도 영업을 이어간다.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 역시 주가 하락의 영향을 받으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에게는 그 손실이 당장의 생활을 뒤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주식계좌에 표시된 숫자가 줄어드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노후자금이 줄어드는 일이고, 어떤 가정에는 오랫동안 세워 온 생활계획이 흔들리는 일이기도 하다.

 

기업과 국가는 계속 움직이는데 그 시장을 믿고 참여했던 개인은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단순히 투자자의 판단이 잘못된 결과라고만 설명해도 되는 것일까. 여기에 정부의 경제정책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국민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경제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상승을 경제정책의 성과로 이야기한다면,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나타나는 국민의 불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정부가 주가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의 변화, 금리, 환율, 기업의 실적, 국제적인 자금 이동 등 수많은 요인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정부가 모든 투자손실을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과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다. 국민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 불공정거래는 제대로 감시되고 있는지, 기업의 경영성과가 일반주주들에게도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피는 일은 정부와 시장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대기업과 거대 자본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와 거대한 투자회사가 같은 주식시장에서 거래한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도 다르고,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도 다르며,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자금이 많거나 전문적인 투자능력을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불공정한 거래나 일반주주의 권익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업의 성장은 경영자와 대주주만의 성과가 아니다. 종업원들의 노력과 소비자들의 선택, 그리고 기업의 미래를 믿고 자본을 제공한 주주들의 참여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그렇다면 기업이 어려울 때 위험을 함께 감수한 주주들이 기업이 성장할 때에도 그 성과를 합당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이 건강하다는 것은 주가가 계속 오른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오르고 때로는 떨어지는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기업의 가치가 낮아지면 주가도 떨어질 수 있고, 투자자는 그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공정하게 운영되는가 하는 문제는 다르다.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것은 투자에 따르는 위험이지만, 불공정한 정보와 거래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정당한 주주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투자 실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손실을 투자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린다면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고, 국가도 기업과 국민의 경제활동을 통해 성장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정당한 일이고, 그 시장을 공정하게 유지할 책임 또한 각자의 역할에 따라 나누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을 지켜보면서 돈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그들이 모두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나친 욕심을 부린 사람도 있을 것이고,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투자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손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단순히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려다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다. 기업의 미래를 믿고 자신의 재산을 투자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제는 주가가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가뿐 아니라, 그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얼마나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할 때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만 그 책임이 언제나 가장 약한 참여자에게만 무겁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만을 위한 시장도 아니고, 거대한 자본만을 위한 시장도 아니다.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시장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국민이 경제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함께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주식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공정성까지 개인투자자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평범한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주식시장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건강한 경제의 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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