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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 대만의 대지·역사·소시민을 품다… 시인 샹양 한국어판 시집 『대만의 연가 100선』 출간

대만 슈핑과기대 김상호 교수 번역, 출판 사『리토피아』서 선보여 100편의 대표작 수록… 토착 의식, 10행 시형식, 이성적 성찰의 미학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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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양 표지.jpg

대만 현대시단을 대표하는 샹양(向陽·본명 린치양林淇瀁) 시인의 세계를 한눈에 둘러볼수 있는 한국어시집대만의연가 100이 출판사리토피아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2025 4월 대만 현지 출간 당시 문단의 주목을 받은 중국어 원본풍경샹양 100을 번역한 결실이다. 대만 문화부(Ministry of Culture, Republic of China)의 지원을 받아 대만 슈핑(修平)과기대학교 김상호 교수가 완역했다. 대만의 고유한 대지와 역사적 진통, 서민들의 삶을 정교하게 담아낸 이 시집은 한국 독자들에게 대만 현대시의 정수를 알리는 귀중한 이정표가 것 으로 기대 된다. 

 

대지라는 , 그리고 그 위에서 피어난 

샹양의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 기저는 생명의 뿌리가 얽혀있는이다. 시인에게 흙은 줄기와 , 꽃잎과 수술에 필요한 모든 자양분을 공급하는 거칠지만 가장 견고한 생명의 근원이다. 피고지는 변증법적 과정 속에서 꽃은 대지라는 흙을 만나 끊임없이 찬란하게 재탄생한다.

 

이러한 관점은 대만 시사(詩史)가 걸어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청나라 시절 민간 깊숙이 자리잡은 대만어 시 읊기 풍토부터 일제 강점기 일본어를 매개로 수용된 서양 상징주의와 하이쿠, 그리고 1949년 이후 복합적 문명이 충돌하고 압축되며 비옥해진 대만의 현대시단까지샹양은 상징주의든 순수시학이든 이 모든 예술적 흐름을 대만이라는 대지를 풍요롭게 하는근원으로 섭수해 왔다.

 

서민의 존엄을 복원하는토착 의식과 사회적 관심

독자와 학계가 샹양의 작품에 열광하는 번째 이유는 강한 대만 토착의식과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다. 샹양의 시선은 겉치레에 그치는 값싼 동정을 거부한다. 대신 영화의클로즈업(Close-up)’ 기법처럼 민중의 삶을 정밀하게 포착해 그 기저에 놓인 서민의 존엄을 복원해낸다.

 

얼굴에 검은 석탄가루가 묻은 광부, 빌딩숲의 건설 노동자, 야시장의 이름 없는 노점상 등 그들의 거친 손과 피로하지만 단단한 눈빛은 대만 경제 기적 이면에 숨겨진 진짜 영웅으로 조각된다.

 

샹양2(류젼샹劉振祥 촬영) 복사.jpg

 

또한 샹양은 대만의 역사적 상처와 재난을 깊은 서정성으로 감싸안는다. 1999년 발생한  7.3 대지진의 참상을 노래한 추모시검은 그림자가 세상을 덮었다에서는 절제된 언어와어둠이 내려앉았다라는 구절의 반복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시켰다. 계엄 시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 받던 현실을 다룬 금지에서는 "흰 것은 검었고 검은 것은 희었다"라는 절절한 압축을 통해 권력에 의해 침묵을 내면화 해야 했던 인간 존엄의 비극을 통렬히 고찰했다.

 

나아가 그는 오랫동안 변방으로 밀려났던 대만 토속어 (민남어) 창작에 앞장서며소리 혁명을 일으켰다. 대도시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탁한 물 속에 갇힌 물고기에 비유한 대만어흙탕물에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그는 대만어 고유의 8성조와 억양을 살려 대만 본토의 생명력과주체성을 유감없이 선언했다.

 

현대시의 건축적 미학, ‘10행시실험과 이성적 사유

샹양이 대만 시단에 남긴 독보적 족적 중 하나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10행시실험이다. 과도한 자유로움으로 인해 산문화되고 구조적으로 느슨해지던 당대 현대시에 반기를 들고, 행의 길이가 균일한 짝수연 구조를 도입해 건축물과 같은 대칭성과 안정감을  선사했다. 여기에행말의 압운과 내재적 리듬을 섬세하게 배치함으로써 고전 시가 특유의 음악성을 현대시에 재현해 냈다.

 

대표적인 10행시입장(立場)은 이러한 형식적 완성도 위에 이성적 사유가 더해진 거장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 시인은 정치적 이분법과 흑백 논리가 팽배한 사회를 향해 인간의 두 발이 닿는 곳 그곳이 바로 고향이라는메시지를 던지며 날카로우면서도 철학적인 해학을보여 준다.

 

언론인(자립만보 주필 및 총편집인)과 문학교수로서의 다각적 이력을 지닌 샹양은 감정의 과잉에 빠지기 쉬운 대만 본토 의식을 냉철한 관찰자적 시선으로 조율한다. 사회적 갈등이나 중국과의 통일·혹은 독립의 민감한 이데올로기 대립 앞에서도 맹목적 가르기를지 양하고, 미시적 서사에 따스한 서정을 입힌 뒤 보편적 철학을 추출해 내는 탁월한 시적 해부술을 발휘한다.

 

상양표지2-2.jpg

 

대만의 깊은 서정을 한국 독자에게 전하다

이번 번역을 맡은 김상호 교수는 대만의 자연 생태부터 (문화, 역사 기억, 대도시의 일상까지 샹양 시인이 기호화해 생명의 암호를 한국어로 단정하게 번역해 냈다.

 

단순한 전원적 향수를 넘어 섬 대만의 맥박과 개인의 슬픔·기쁨을 공감시키는 샹양의 세계는 문학적 서정성과 사회학적 질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번대만의연가 100출간은 대만이라는 대지 의흙내음과 그 위에서 피어난 숭고한 인간애를 한국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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