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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시인, 고립의 숲에서 존재의 빛을 길어 올리다

-시집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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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시인의 시집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가 리토피아포에지 178번으로 도서출판 리토피아에서 출간된다. 2026830일 발행되는 이번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되며 소금의 전설, 달팽이의 역사연작, 웅녀의 동굴,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 태양의 여자, 억새의 안부, 나는 나로 살기로 한다, 당신의 침묵60여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김성조 시인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서, 한양 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문 학박사). 1993자유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하였으며, 시집으로 그늘이 깊어야 향기도 그 윽하다, 새들은 길을 버리고, 영웅을 기다리며, 신화의 푸른 골목길을 걷다등과, 시선집 흔적을 출간했다. 부재와 존재의 시학, 한국 근현대 장시사長詩史의 변전과 위상등의 학술 저서와, 평론집 의 시간 시작의 논리가 있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말은 고립이다. 그러나 김성조의 고립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의 외로움이나 관계의 단절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의 소음에서 잠시 물러나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능동적인 시간에 가깝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내 안의 나를 만나기 위해/오늘도 고립의 하루를 걷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우는 시간을 통과한 뒤 시 속에서 무수한 나와 무수한 너,/우리를 만난다고 고백한다. 혼자가 되는 일이 결국 더 많은 타자와 만나기 위한 길이라는 역설이 이 시집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시세계는 웅녀의 동굴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시인은 등을 기댈/나무 하나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더 깊은 고립의 성/웅녀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여기에서 동굴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내면의 공간이다. 김성조에게 고립은 절망의 종착지가 아니라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출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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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또 다른 중심에는 자연이 있다. 물과 흙, 꽃과 나무, 새와 달팽이, 바람과 햇살이 작품 곳곳에서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감정을 장식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나무는 겨울을 견디고, 꽃은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며, 달팽이는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시인은 자연을 관찰하기보다 자연과 함께 걸어간다. 물은 생명의 시작으로, 흙은 귀환의 자리로, 나무는 견딤으로, 꽃은 희망으로, 새는 자유를 향한 본능으로 서로 연결되면서 시집 전체에 하나의 생명망을 만든다.

 

특히 표제작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는 이러한 시인의 사유가 집약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날개는 자유와 희망, 비상을 상징하지만 김성조는 그 익숙한 상징을 뒤집는다. 현대인에게 날개는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빨리 앞서가려는 욕망일 수도 있다. 그렇게 오르는 것에만 익숙해진 날개들은/이제 쉴 곳이 없다/멈출 수도 없다”. 시인은 그래서 더 큰 날개를 얻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

 

그 환상을 지우는 일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손을 털고/빈손마저 털고난 뒤 시인이 찾아 나서는 것은 태초에 나였던, 너였던/흙손이다. 성공과 경쟁, 소유와 상승이라는 현대사회의 욕망을 벗어버리고 인간이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따라서 푸른 날개를 지우는 행위는 추락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자유의 시작이다.

 

이러한 존재의 귀환은 나는 나로 살기로 한다에 이르러 더욱 분명한 선언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나는 나로 살기로 한다고 말한다. 남의 시선과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고유한 리듬으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시집의 해설 역시 이러한 귀환을 복잡한 세상을 끝까지 살아낸 사람이 오랜 성찰 끝에 도달한 존재의 결론으로 읽는다.

 

그런 점에서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는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집이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존재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시집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며, 더 높고 빠른 곳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자기 자신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성조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춘다. 그리고 가장 느린 달팽이와 낮은 풀꽃, 겨울을 견디는 나무와 흙을 바라본다. 그 작은 생명들에게서 인간이 잃어버린 삶의 속도와 견딤의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결국 이 시집에서 고립은 단절로 끝나지 않는다. 고립을 통과하여 를 만나고, 나를 통해 를 발견하며, 마침내 우리에게 돌아온다. 날개를 버린 자리에서 흙을 만나고, 상승의 환상을 지운 자리에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발견한다.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가 들려주는 것은 거창한 삶의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잠시 손을 펴보라고 권하는 조용한 목소리다. 내려놓아야 다시 걸을 수 있고, 혼자가 되어보아야 비로소 타인의 존재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비상보다 단단한 귀환을 선택한 김성조의 시는 그래서 빠르고 소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더욱 오래 남을 만하다.

 

김성조 시집 푸른 날개의 환상을 지운다830일 도서출판 리토피아에서 출간되며, 정가는 12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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