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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바다, 저 건너에서 누가 온다 ― 손현숙 시인의 ‘詩 읽기’ 에세이』

-인타임 / 336쪽 / 1만 원 / 인타임 010-8305-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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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시와 타인의 시가 마주 앉다 손현숙의 4읽기 연대기

시를 읽으며 삶을 쓴다 손현숙 시인의 몸으로 읽는 시 읽기

 

손현숙 시인이 4년 동안 인저리타임에 연재한 읽기에세이를 묶어 바다, 저 건너에서 누가 온다 손현숙 시인의 읽기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은 자신의 시 35편과 시인 110명의 시를 함께 읽으며, 서로의 얼굴을 비춰 보는 152편의 시와 삶을 담은 기록이다.

 

자기 시와 타인의 시를 함께 읽는 드문 구조

이 책은 인터넷신문 인저리타임에 실린 손현숙 시인의 의 아고라를 모은 읽기산문집이다. 첫 글은 2021428일자, 마지막 글은 202524일에 나갔다. 꼬박 4년을 채운 연재다.

 

형식은 단순하다. 손현숙 시인은 매주 시집 한 권을 정독했다. 그 책에서 시 한 편을 골랐다. 시 전문을 옮기고, 그 옆에 자신의 하루와 생각을 적었다. 이 글들을 연재 시점에 따라 1부에서 4부까지 시간순으로 배치했다.

 

152편의 시가 실렸다. 그중 35편은 저자 자신의 시다. 나머지는 7인의 시를 각 2편씩 포함해 시인 110명의 작품이다. 남의 시만 해설하는 비평집이 아니라, 자기 시와 타인의 시를 한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함께 읽어가는 구조다.

 

코로나 이후 4, 시간의 공기를 담은 구성

책의 구성은 연대기다. 1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428일부터 그해 말까지를 담았다. 2부는 2022년 한 해, 3부는 2023년 한 해의 연재를 묶었다. 4부에는 2024년 연재 전편과 202524일 마지막 글이 들어 있다.

 

각 부는 그 시기에 무엇이 시인을 흔들었는지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의 숨 고르기. 다시 자연과 바깥으로 몸을 돌리는 흐름. 부고와 병상의 시간이 잦아지는 해. 디카시, 사진전, 문학 멘토링, 청소년·대학생 시집처럼 시가 다른 장르와 만나고 다음 세대로 건너가는 장면들. 연도별 공기가 글의 바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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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에는 중견·원로 시인은 물론 이미 세상을 떠난 시인들 이름이 함께 실렸다. 해외에서 한국어 시를 쓰는 재외 시인, 청소년·대학생, 사진가와 디카시 작가도 눈에 띈다. 최근 몇 해 동안 한국 시단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이름만 넘겨봐도 대략의 지도가 잡힌다. 그 사이사이에 저자의 시 35편이 꿰어져, 한 개인의 시 세계와 동시대 시단의 목소리가 나란히 들린다.

 

몸으로 읽는 시, 장면으로 남는 문장

손현숙의 시 읽기는 비평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생활의 장면을 불러낸다. 요양병원에서 한 달에 단 10분 허락된 면회. 비 오는 날 신발장 구석에 밀려 있던 빨간 구두. 장을 마치고 돌아와 부엌에 내려놓은 장바구니. 겨울 새벽 부엌에서 들려오는 주전자 끓는 소리. 이런 이미지가 먼저 나온다.

 

그 위에 시 한 줄이 얹힌다. 그는 시를 머리로 푸는 문제가 아니라, 몸을 통과한 사건처럼 다룬다. 시를 읽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하루를 새로 보는 렌즈처럼 꺼내 든다.

 

한 장면에 오래 머무는 읽기도 눈에 띈다. 동백꽃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포착하고, 강물에서 제자리에서 흘러가는 삶을 끄집어낸다. 어느 시에 등장하는 비에 젖은 우산 하나에서 숨고 싶은 마음을 끝까지 눌러본다. 한 이미지에서 감정, 역사, 윤리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를 쓴다면 이런 장면을 오래 붙들어야 한다는 작법이 문장 사이에서 드러난다.

 

세월호, 광주, 국가폭력, 가정 안의 폭력과 침묵을 다룬 시를 읽을 때는 남의 불행을 가볍게 소비해온 우리의 시선부터 되짚는다. 그는 남의 고통을 구경거리가 아니라 내 몫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자고 말한다. 이 말은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와 구체적인 장면으로 전달된다.

 

짧은 문장으로 남는 시론

이 책에는 개념 설명보다 짧은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랑은 늘 사건이다.” “말 한 줄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기억은 다시 쓰는 현재다.” 같은 구절들이 시 해설 사이사이에 박혀 있다.

 

이 문장들은 별도의 강의 없이도 묻는다. 좋은 시는 무엇을 겨냥해야 할까. 시를 쓰는 사람은 어느 자리에 서야 할까. 독자는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문장을 따라가다가 감으로 이 질문에 닿는다.

 

읽다 보면 나도 저런 한 장면에서 시를 써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난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내 몸과 기억을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시인들을 향한 연대, 독자를 향한 초대

손현숙은 서문과 글 사이에서 연재를 계속한 이유를 밝힌다. 쏟아지는 시집을 대충 넘기고 싶지 않았다는 점. 일주일에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는 점. 시집을 만들고, 사인하고, 주소를 쓰고, 우체국 창구에 내밀기까지의 수고와 가난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래서 냉정한 점수 매기기와는 거리가 멀다. 시인이 다른 시인들에게 건네는 존중과 연대의 기록이다. 그는 남의 시를 읽는 자리에서 자기 시도 함께 내어놓는다. “나는 이렇게 읽고, 이렇게 쓴다는 고백이 먼저 나오고, 그 옆에 타인의 시를 앉힌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아픈 형제, 먼저 떠난 스승과 동료, 문학 멘토링에서 만난 학생들이 글 곳곳에 등장한다. 그는 오늘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적는다. 바다, 저 건너에서 누가 온다는 그 기적 같은 4년을 모은 책이다.

 

시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향해

이 책은 문단 내부를 위한 책이 아니다. 시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일반 독자에게 먼저 다가간다. 시집 한 권을 통째로 해부하는 대신, 한 편의 시와 한 장면을 붙잡고 풀어가는 글이라 부담이 덜하다.

 

문학소년·문학소녀였으나 일상에 떠밀려 시와 멀어진 사람. 시집을 펼치면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리던 사람. 언젠가 시집 한 권을 내고 싶다는 마음만 가슴 속에 간직해온 사람. 이미 시를 쓰고 있지만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거울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시인. 모두 이 책의 독자다.

 

교실, 독서 모임, 창작 동아리에서 시를 함께 읽고 쓰고 싶은 교사와 지도자에게도 적합하다. 사랑, , 노년, 상실, 애도, 돌봄 같은 주제를 자기 언어로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하나의 길을 보여준다.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에게도 이 책은 조용히 말을 건다. 이 책에 실린 110명의 이름처럼, 어딘가에서 누군가 자기 시를 이렇게 정성껏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시 쓰는 일은 덜 고독해진다. “내 시는 어느 독자의 어떤 장면과 겹칠까라는 상상을 한 번쯤 하게 만든다. 타인의 시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서로의 언어를 어디까지, 어떻게 존중할지에 대한 기준을 조용히 세운다.

 

남의 시 읽는 게 그렇게 좋니?”라는 친구의 질문에, 손현숙은 이 책으로 답한다.

 

그분들이 내게는 모두 시 선생님들이었단다.”

 

저자 손현숙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1999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너를 훔친다』 『』 『일부의 사생활』 『멀어도 걷는 사람과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재를 엮은 손현숙 시인의 시의 아고라를 펴냈다연구서로 발화의 힘』 『마음 치유와 시, 공저로 언어의 모색』 『경계의 도시에서』 『경계의 여정』 『노란별 아니어도 괜찮아』 『우연을 가장한 인연』 『오밤 중의 활자들이 있다14회 김구용시문학상, 1회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고려대학교와 대전대학교에 출강했으며,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를 지냈다. 현재 한서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국장학재단과 남산도서관 등에서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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