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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문학에서 보는 문학으로, 문학과 미술의 융합 시도 설경철 화백

-인터뷰어:이성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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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철 Seol, Kyung Chul
아호 리반 설Evan Seol. 뉴욕공대NYIT C.A.(MFA)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BFA) 졸업.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고양) 1기 입주작가 2004~2005.Galerie Bhak(박영덕화랑) Artist, Seoul, Korea 2007~2011. SOHO Pleiades Gallery Artist NY, USA 1997~2000. 고신대학교 조형미술전공 교수(2000~2021) 정년퇴임. 대한민국 현대구상화가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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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안에서 새로운 미술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현대문화에서 화두가 된 몇몇 주제 중 중요한 하나는 융합Collaboration일 것이다. 예술 이외의 분야에서 예술과의 관계성을 찾고, 타 장르와의 융합적 시도를 통해 예술의 범위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그의 작품 시리즈 중 책(문학과 악보)을 주제로 한 <책으로부터From the book> 시리즈는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문학과 미술, 음악과 미술의 융합이자 장르의 확장을 시도한 시리즈이다.
 
<책으로부터From the book>시리즈는 책을 읽는 동안 상상되는 상징적 물체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말하자면, 읽는 문학이 아닌 ‘보는 문학’,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을 미술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책으로부터From the book>시리즈는 책 속의 문자가 물상을 연상케 하고, 이 물상들(시계, 새, 날개, 마이크, 헤드폰, 종이학, 타자기, 바이올린 등)은 책에서 읽혀지는 ‘글자’에서 벗어나 문자를 초현실세계의 상징적인 물체로 시각화한다. 
 
ce00da1bc61ef9c867385760df8a10ef_1742198610_8673.jpg그의 작품은 Ink Heart(2008)라는 영화에서처럼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책 속의 인물을 현실세계로 불러낼 수 있다라는 초현실적 발상과 비슷하다.<책으로부터From the book> 시리즈는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고, 보면서 느끼게 하는 시각적 전환에 의도가 있으며, 이를 통해 관중을 초현실의 세계로 인도한다.

음악 악보를 이용한 그의 첫 작품은 1981년 제4회 중앙미술대전 특선 수상작 <흔적(음x색)7>이었다.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던 그는 캔버스에 악보를 화면 가득 붙이고 흑백으로 인쇄된 악보에 다양한 색깔로 채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음악의 기본이 되는 8음계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의 한 옥타브에 미술의 기본색 8가지(무채색과 7가지 유채색)를 대입하는 작업이었다. 

악보 위에 형형색색으로 채색하여 음계를 형과 색으로 음악연주가 주는 감흥을 조형화하여 1차 완성하고 음악을 반복해 들으며 지휘하듯 흰색으로 지워가는 과정을 통해 남겨진 흔적 작업이었다. 일종의 행위미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90년대에는 작품에 오브제Object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뉴욕에서의 <음악을 위한 설치전>과 같은 조형실험을 거듭하면서 그의 작품들은 변화를 거친다. Communication Art(뉴욕공대 MFA 1999)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하여 부산의 고신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음악과 교수인 바이올린이스트이자 지휘자인 오충근과 성악가 안민과 음악에 대한 많은 교류 속에서 미술과의 융합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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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는 음표가 인쇄된 종이일 뿐, 그 자체에서 소리가 나거나 그것 스스로 연주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음악인들은 악보만 보아도 음의 흐름을 읽어 낸다. 악보는 이처럼 음을 문자화하여 소통하고 기록한다. 전 세계 음악인들의 만국공통어인 셈이다. 
문학에서 책의 활자가 그러하듯 악보의 음표는 소리의 언어이다. 연주자마다의 각기 다른 해석은 그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로 청객을 초대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미술의 조형성을 심화하기 위한 그만의 해석으로 극사실적 묘사를 사용하였다. 

극사실적 묘사는 음악을 해석하는 또다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펼쳐진 악보 위에서 음악 속의 상징적 사물들은 초현실적으로 배치되고, 이 사물들은 극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그는 오늘도 악보를 캔버스에 붙이고, 음악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감흥에 대한 관찰, 회화적 접근과 심리적 체험을 통해 체득한 표상들을 조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흔적(음x색)> 시리즈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시각적 전환에 대한 시도였다면, <책으로부터From the book> 시리즈는 ‘읽는 문학’에서 ‘보는 문학’으로 오감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하나의 장르에 국한된 일방적인 소통에서 벗어나 관객들과 초현실세계에 대한 작가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예술의 장르융합에 대한 그의 시도는 자유로운 소통을 갈망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그의 창의적인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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