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의 숲, 장가계 삼림공원을 거닐다
남태식 기행·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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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 번째 중국 여행이었던 황산, 삼청산 트레킹에 이어 2018년에는 4박5일의 일정으로 하루를 늘려 장가계와 봉황고성을 다녀왔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여름 휴가철로 날을 잡았다. 지난호에tj 황산을 천하제일경이라고 지칭했는데, 자료를 찾다 보니 장가계의 원가계도 천하제일의 경관이란다. 천하제일의 경관이 굳이 순서를 매겨 부르는 것이 아니라 명승지를 높여 부르는 것일진대 보는 이의 눈에는 어느 경관이나 모두 천하제일일 수도 있으리라. 내 눈에도 역시나 보는 것이 모두 천하제일이었다.
장가계삼림공원은 중국 최초의 삼림공원으로, 크게 황석채, 금편계, 원가계의 세 구역으로 나뉜다. 산, 바위, 구름, 물, 동물, 식물 등 6가지가 기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백미는 원가계다. 이 장가계삼림공원을 비롯하여 삭계곡, 천자산, 양가계 4개 풍경구를 포함하고 있는 중국 후난 성의 무릉원은 고생대 데본기에 형성된 석영 사암층이 풍화되어 수직 절리로 남아 이루어진 3,000여 개의 암석 봉우리로 유명한데,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둘째날에 장가계와 원가계를 걸었다. 황산과 삼청산은 트레킹이라 하였으나 거의 등반 수준이었다면, 장가계와 원가계는 말 그대로 트레킹이었다. 이동구간은 케이블카와 셔틀버스와 빵차와 모노레일로 이동하였고 도보 구간도 대부분의 길이 관광코스로 조성되어서 걷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자산에 내려서 하룡공원과 어필봉, 선녀헌화 등을 보고, 빵차를 타고 공중전원으로 이동하였다.
공중전원은 해발 1,000m쯤 되는 천길벼랑 위에 팽기라는 사람이 5년에 걸쳐 조성하였다고 하는 논으로, 천자산과 원가계 사이에 위치해 있다. 한없는 기암절벽 사이 한 봉우리 정상에 조성된 전원은 이름 그대로 공중에 떠 있는 듯 신비로웠는데, 장가계 여행 중에 만난 풍경으로는 가장 뇌리에 박힌 풍경이었다. 이 공중전원을 마주보고 선 자리에서는 원가계를 관광하고 내려올 때 탔던 백룡엘리베이터가 멀리서 보였다.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져 있는 백룡엘리베이터는 아파트 130층(335m) 높이로 오르내리는 시간이 2분여에 불과했다.
공중전원과 백룡엘리베이터와 이어서 본 천하제일교, 미혼대 등을 품고 있는, 2009년에 미국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들어 공개한 외계 위성을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 <아바타> 촬영지로도 유명한 원가계는 장가계 최고의 풍경이라 부를 만했다.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르는 기암괴석들이 하늘 높이 수도 없이 우뚝우뚝 늘어선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셋째날은 장가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소인 천문산을 관광하였다. 천문산은 천문동으로 유명하다. 천문동은 해발 1,518m의 산 정상 부근에 하늘이 훤히 보이게 뚫린 동굴 같은, 높이가 137.5m, 너비가 57m에 달하는 구멍으로 멀리서 보면 ‘하늘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듯 보여서 천문동으로 불린다고 한다.
천문산도 해발 1,300m 지점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는데, 이 케이블카는 특이하게도 타는 곳이 도심이었고, 길이가 7.5km에 달해서 무려 35분 여가 걸렸다. 날씨가 맑으면 가는 동안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걷잡을 수 없는 날씨는 전날과 달리 안개 천지여서 케이블카를 타는 동안만이 아니라 도착해서 걷는 동안에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어서 중간에 만나는 160m 길이의 흔들다리와 투명한 통유리 바닥으로 되어 있어 몸이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는 꼭대기 부근에 설치한 60m 길이의 유리 전망대를 포함한 해발 1,400m 지점의 아득한 낭떠러지 절벽을 따라 설치한 총 길이 1.6km의 귀곡잔도를 공포(?) 없이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서 한편 아쉬움이 남았다.
내려올 때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고 마지막 구간은 천문동을 뒤로 하고 999개의 계단을 걸어서 내려왔다. 내려와서 돌아보니 날이 어느 정도 개어서 그런대로 하늘은 여전히 볼 수 없었지만 하늘로 뚫린 구멍은 볼 수 있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셔틀을 타고 뱀처럼 굽이치는 통천대도를 구불구불거리며 내려왔는데, 해발 1,300m 산꼭대기에서 산 아래로 이어지는 꼬부랑길도 장관이었다.
셋째 날 밤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옛 도시로 묘족과 토가족을 비롯해 26개의 소수민족이 정착해 살아온 곳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고, 명청시대 옛 건물과 소박한 민가가 타강과 조화를 이뤄 매우 인상적인 봉황고성의 야경을 구경하고, 넷째 날 오전에는 봉황고성을 관광하면서 타강 뱃놀이 체험을 하였다.
4박 5일의 일정이었지만 중국 여행은 언제나 가고 오는 길이 멀어서 길에서 보낸 시간이 닷새 중 이틀이다. 기다리는 시간에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도 그래도 여행은 이런 시간마저도 견디게 하는데 이것이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일 거다. 낯섦의 묘미. 낯선 곳에서의 휴식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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