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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극장에/임성순

-이야기가 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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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관 준개봉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극장에 동시상영 조조할인이라는 프랭카드가 걸려 있었지. 삼국지를 즐겨 읽던 어린 시절에 조조는 왜 극장에서 할인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었지.


꿈 많고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조조할인으로 동시상영 두 편을 보고 또 볼 수 있다는 것은 횡재도 그런 횡재가 없었지. 때론 동네 형들을 따라 몰래 극장에 숨어 들어가기도 했고, 낯 모르는 어른들에게 같이 손잡고 들어가 달라고 애원도 했었지.

새벽 공동수돗가에 모여 졸린 눈 비벼대며 어제 본 영화얘기를 했지. 그 당시 서부영화가 많이 나와서 서부왕자 케리쿠퍼, 바드랑카스타, 하고 노래도 부르곤 했지, 영웅이지, 나도 그런 사람 되고 싶었지.


그렇게 조조가 새벽부터 어린아이들을 꾀던 꿈같던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늙고 꼬부라진 몸과 마음만 남아있지만 재미난 기억이지. 어라, 유비와 제갈량은 어디로 가고, 관운장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나 보다.

 

 

임성순

2023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부끄럼 타는 태양』이 있다. 문화해설사, ISO 심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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