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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통시


보자기 속 신작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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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1-1000.jpg김제군 백산면

 

 

산 네 귀퉁이를 묶으면 보자기 속 오래된 터전이 된다. 신작로만 도시로 구불구불 산허리를 기어가다 툭 분질러지기도 한다. 가끔 낡은 버스는 투덜대며 먼지구름을 게워낸다. 읍내에 장이라도 서는 날이면 지각하기 일쑤다. 왜 늦었느냐는 추궁에 버스가 만원이라고 대답했다가 교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빨개진 가시나 볼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른다.

 

버스가 떨어트린 자갈길 건너 아카시꽃 둘러앉아 단발머리 소녀를 손짓한다. 참지 못한 향기 툭툭 분질러 앞집오빠 한 가지 건네주면 오월이 흐뭇하게 흘러간다. 작은 마을은 복닥거리며 웃다가 울다가 악다구니가 보자기를 찢으며 새어나기도 한다.

 

허리 굽은 노모는 대처로 큰아들 따라갔다가 손사래 치며 내집이 최고라고 기가 오른 지팡이가 신작로에 먼지바람을 일으킨다, 마을 앞으로 새 길이 나고 흔적들만 하나둘 바람의 속살처럼 지나다닌다. 아이는 아직도 그곳에서 꿈을 줍고 반백년을 휘돌아 아카시꽃향기 오월 산에 흐드러진다.


 

 

은정

2017《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동천의 낯선 섬』. 리토피아문학회 회원,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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