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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구절초/서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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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 돌아서면 피리 부는 바람언덕을 만난다.

안개 속 수난의 계절, 모진 폭풍을 견디며 피었다.

그윽한 보랏빛 꽃향기 속 들여다보며 눈맞춤 한다.

아픔과 고독 속의 땅심을 딛고 희망을 부른다.

하이얀 입술은 화려하지도 않고 무례하지도 않다.

연보랏빛 얼굴로 하늬바람결 따라 소슬하게 피었다.

쓰디쓴 뿌리를 잠재우는 그녀만의 언어로 말한다.

찬바람 불어대는 늦가을 옷깃 여미며 서 있다.

 

 

피리 부는 바람언덕에 올라 하늘바라기로 선다.

 

서정옥

2023년《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시집 『엄마는 겨울꽃이었다』, 눈으로 하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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