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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옛날이야기―동생 종하/신은하

=이야기가 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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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셋째딸 영자를 잃고 이태 만에 첫아들을 낳았습니다. 해산 후 삼 일째 문중 어른이 여수장에 나왔다가 들렀는데요. 미역국에 밥 말아 드시며 말씀하셨어요. 아침도 아무개네 집에서 미역국을 먹었는데 그 집은 딸을 낳았더니라.


식구들은 부정이라도 탈까 봐 마음이 안 좋았어요. 금줄 친 집에 다른 금줄을 거쳐 온 손님인데다 아들과 딸이 맞서면 딸이 이긴다는 속설이 있었거든요. 걱정이 무색하길 바랐으나 건강하던 아기는 그날 이후로 시름시름 아팠습니다.


병원이며 약방을 들락거리며 육 개월이 넘어도 고개를 못가누며 울음소리도 가냘펐어요. 어느 날 엄마가 밭에 가셨는데 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아버지가 탄식하셨어요. 쯔쯔쯔 우리 종하가 간다 가 어허∼ 우리 종하가 기어이 가는구나 쯔쯔쯔. 누나들이 후다닥 달려가 종하야 종하야 불러대나 아이는 맑고 큰 눈망울을 이리저리 힘없이 굴립니다.


지에미 기다린다 쯔쯔쯔 아가∼곧 올 것인께 쬐끔만 기다리라잉 어허. 엄마가 놀라 광주리며 호미 내던지며 내닫습니다. 오메메∼ 아가∼ 내 새끼야 어쩌꺼나이. 아이는 엄마랑 순간 멈춘 듯 눈 맞춤 하곤 빙긋이 웃더니 잠자듯 스르르 눈을 감고 다시는 깨지 않았습니다.


몇 년 사이 엄마는 어린 오누이를 함께 가슴에 묻고 슬픔에 쩔었지만 세월이 약이라던가요. 다시 아들 셋 딸 하나를 더 낳아 육 남매를 잘 키웠답니다.

 

 

신은하

2021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엄마의 옛날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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