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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눈 내리는/김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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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 이왕지사 저 건너 몽금포에

내려와 앉지 그래

장산곶 마루에서 춤도 추고

임도 보고

인당수에 눈물 좀 보태다

은근슬쩍 코끼리바위 코도 만지고

이도저도 싫으면

금모래 십리길 바람의 날개 타고

흰 나비여도 좋지 좋아

그래, 그러다가 아무도 몰래

목마른 청솔밭 마른 목 축여주고

땅속으로 예쁘게 스미면

오는 봄을 열

착한 뿌리 튼실하게 키워줘, 눈아

-리토피아 92호



김춘추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요셉병동』, 『어린 순례자』, 『聖오마니!』, 『산이 걸어들어 온다』 등. 가톨릭문학상 수상. 가톨릭의대 혈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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