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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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한번 왔는갑다 활딱 벗고 뛰쳐나온 저년들 봐, 저년들 봐 민가에 살림 차린 개나리 왕벚꽃은 사람 닮아 왁자한데
노루귀 섬노루귀 어미 곁에 새끼노루귀, 얼레지 흰얼레지 깽깽이풀에 복수초, 할미꽃 노랑할미꽃 가는귀먹은 가는잎할미꽃, 우리 그이는 솔붓꽃 내 각시는 각시붓꽃, 물렀거라 왜미나리아재비 살짝 들린 처녀치마, 하늘에도 땅채송화 구수하니 각시둥굴레, 생쥐 잡아 괭이눈 도망쳐라 털괭이눈, 싫어도 동의나물 낯 두꺼운 윤판나물, 허허실실 미치광이 달큰해도 좀씀바귀, 모두 모아 모데미풀 한계령에 한계령풀, 기운 내게 물솜방망이 삼태기에 삼지구엽초, 바람둥이 변산바람꽃 은밀하니 조개나물, 봉긋한 들꽃 산꽃 두 팔 가린 저 젖망울
간지러, 봄바람 간지러 홀아비꽃대 남실댄다
홍성란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경복궁 근정전) 등단. 시집 『춤』『바람의 머리카락』『매혹』등. 시선집 『애인 있어요』『소풍』 등. 학술서 『시조시학의 현대적 탐구』와 프랑스어 시선집 『향낭』이 있다.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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