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허형만
본문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를 외치며 부딪치는
술잔 몇 순배 돈 후
다시 쳐다본 그 자리
키 작은 소나무도 벌겋게 취해 있었다
바닷물도 눈자위가 볼그족족했다
-리토피아 92호
허형만
197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황홀』, 『바람칼』, 『만났다』 등. 중국어 시집 『許炯万詩賞析』, 일본어 시집 『耳な葬る』.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가톨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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