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금전산金錢山 ‘금둔사金芚寺’의 ‘납월홍매臘月紅梅’/최서연(시인)
-산문 / 사진 : 신은하
본문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잘생긴 바위산 하나가 보이는데 그 산이 금전산이고, 그 산기슭에 금둔사가 있다. 필자가 섣달이 지나가는 즈음이면 정인 찾아가듯 금둔사를 찾는 것처럼, 이맘때 금둔사를 찾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납월매를 보고자 함일 것이다.
금둔사 매화는 섣달 납臘자를 붙여 납월매, 또는 납매라고도 한다. 음력 섣달에 피는 홍매를 의미한다. 지허 스님(2023년 열반에 드심)이 낙안읍성에서 600년 넘게 자리를 지키다 고사하는 홍매의 씨를 가져와 기른 납월매는 여섯 그루로서 하나하나 순번이 매겨져 있다. 올해는 두 번째 나무가 첫 봉오리를 터트렸다.
청개화성聽開花聲이란 말이 있다. 꽃이 피는 소리가 남았을까? 까치발 들고 눈과 귀를 들이밀고 보는데 온몸이 멎는다. 온몸이 멎는 것은 찰나지만 그 찰나는 고요 적정 그것이다. 지허 스님은 납월매를 부처라 하셨다. 추운 겨울을 지나 꽃을 피운다는 것은 금(부처)둔(싹틀)의 뜻처럼 부처가 눈을 뜨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금둔사의 납월매는 햇살보다 꽃이 먼저 온다. 양력 1월~3월 사이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벌과 나비가 없다. 꽃가루를 실어 보낼 수 없으니 일생에 사랑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꽃피면 꽃가루를 보호하기 위해 꽃잎을 오므려 얼지 않는다. 향기는 강하나 열매를 맺지 못하여 매실이 희귀하다. 어쩜 금둔사를 가까이하면 납월매로 담근 매실차 한 잔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해에는 설중매 중에 설중매인 납월매를 보며 그동안 코로나로 애쓰고 수고로웠던 몸과 마음들이 붉게 쉬어 갔음 좋겠다.
통일신라 시대 최광유는 중국에서 납월매를 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썼다. 찬 서리 고운 자태/사방을 비추어/뜰 가 앞선 봄을/섣달에 차지했네. (중략) 옛 선인들은 꽃과 나무에도 마음이 있다고 했다.
봄기운이 전해지는 이즈음에 전남 순천 인근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면 잠시 시간을 내어 부처가 눈뜨는 금둔사 납월매와 더불어 봄을 즐겨 보면 어떠할까 싶다./리토피아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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