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편하면 남도 편하다/이성필 시인 > 신문통산문

내가 편하면 남도 편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순대국 가게를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꿨는데 식탁이 높아지니 허리를 많이 숙이지 않아도 돼 음식을 나르고 빈 그릇 가져오기가 너무 편합니다. 손님들은 쭈그리거나 책상다리를 하지 않고 의자에 앉으니 편하다고 합니다. 좌식에서처럼 신발을 벗지 않는 것도 편하다고 합니다. 남이 편하면 나도 편한 것이었습니다.

가게 공사를 했습니다. 공사하기 전 가게 벽에 2008년 쉐마인드앙상블 정기연주회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가게를 오픈하고 2년 정도 지나 플루트를 불던 후배가 홍보를 부탁하며 가져다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어림잡아보면 20여년 만에 새 단장을 한 것입니다.

20년 전 그 당시 만해도 일반음식점들은 좌식 문화였습니다. 직장 회식을 하더라도 좌식인 데서 하는 걸 선호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들이 늘고, 의자에 앉아 식사하는 입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일상도 바쁘게 살다 보니 신발 벗고 들어가는 곳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손님들이 꾸준히 의자로 좀 바꾸라고 했는데 어찌 고집을 부리다 보니 이제야 입식으로 고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변경으로 의자와 탁자를 놓는다고 쉽게 생각을 하고 시작했는데 일을 하다가 보니 주위의 부추김도 있고 좀 더 잘해볼까 하다 보니까 예상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공사비도 늘었습니다.

토요일부터 공사를 예약했는데 비 예보가 있어 철거, 도배, 식탁과 의자 오는 날들을 바꾸어 조율하는 것부터가 일이었습니다. 하루를 더 들여서 목요일 점심장사만 하고 오후에 그릇과 집기들을 싸고 책과 컴퓨터 카드기 전화기도 박스에 담아 옮기고 전기선 인터넷선 등은 나중에 재결합을 위해 사진을 찍어놓고 정리했습니다.

다음날 금요일 제일 먼저 철거하시는 분들이 와서 좌식 바닥을 들어내어 폐기물을 실어 갔습니다. 바닥은 타일을 걷어내고 샌딩작업으로 본바닥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먼지가 많이 나서 중간중간 청소가 필요했습니다. 업체에 맡긴 일 외의 일은 일하시는 두 분과 아내와 제가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장사를 하려고 철거 마치고 바로 밤에 도배를 일부하고 토요일에 마무리 도배를 마치고 다시 청소하고 유리창 닦고 대기 중이던 식탁과 탁자를 들였습니다. 그 중간에 동네에 있는 정부물품재활용센터에 가서 카운터 책상과 의자 책꽂이를 사왔습니다. 정부물품재활용센터가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것을 미리 알아둔 게 도움이 됐습니다.

일요일에는 혼자 새벽부터 나와서 책 정리를 했습니다. 집에는 더이상 둘 곳이 없는 책들이 가게로 나왔는데 정리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책 정리를 하고 지인을 불러 컴퓨터 카드기 전화기 티브이 선을 원래대로 연결하고 보기 좋게 배선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일하시는 분들과 아내가 주방과 홀의 그릇과 냉장고 집기를 닦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은 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목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밤까지 잔일들도 많았지만 삼일 반을 들여 공사를 마치고 월요일에 오픈을 했습니다.

손님들 반응이 대단히 좋습니다. 환영한다, 축하한다, 멋지다, 넓어지고 환해졌다, 편하다, 진작하지 그랬느냐, 엄지척도 해주시고 가게 문 열고 들어오려다 멈칫 놀라고 좋다고 말해주십니다. 고맙습니다.

오픈하고 며칠 후 리토피아 장종권 선생님께서도 공사 잘 됐느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사무실에 있는 화분을 몇 개 주신다고 해서 아내와 주말에 가지러 다녀왔습니다. 가게가 더욱 화사해졌습니다.

좌식에서 입식으로 만들어 놓으니 손님들이 편하다고 하고 우리들도 일하기가 편합니다. 남이 편하면 나도 편한 것을 체험하는 중입니다. 이 좋아진 여건에서 앞으로도 건강한 날까지 이포순대국의 맛을 잘 유지하며 널리 알리겠습니다. 20년을 변치 않고 변함없이 찾아주신 고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