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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면서, 쌀값 파동을 바라보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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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6042839_751ddfc8356260c1b1baa024d925d900_h2yh2.jpg선거벽보

  

일본은 쌀 때문에 난리다. 공급 대란으로 쌀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디플레이션으로 유명했던 일본마저도 급격한 물가 상승을 겪고 있지만, 이번 쌀값 폭등은 시장 논리로만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쌀이 주식인 데다 농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자연재해도 없었는데 쌀을 먹지 못하다니,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이민을 온 후 오랫동안 백미 5Kg15천 엔 정도였다. 보통 13천 원 정도로 국내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2년 전쯤부터 쌀을 진열해둔 매대가 비기 시작하더니, 간혹 들어오는 쌀조차 2, 3천 엔을 거쳐 5천 엔 대까지 올랐다. 한화로 무려 5만 원 돈이다. 

 

본래 나는 옆 동네인 구마모토에서 생산된 유메츠쿠시라는 쌀을 애용했었다. 가격도 싸고 밥을 지으면 윤기가 자르르 도는 아주 맛있는 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구하고 싶어도 입고가 되지 않거나 재고가 부족해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그나마 들어오는 쌀은 생산지 표시가 없는 혼합미로 품질이 별로인 데다가 원폭 피해가 있었던 도호쿠 지방의 쌀이 사용된다는 소문이 있어 현지인들도 피하는 쌀이다. 그것도 지금은 5kg4천 엔이 돼 버렸다.

  

가격 상승의 원인도 오리무중이다. 처음에는 흉작으로 쌀이 부족해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얼마 안 가 산출량이 평년 수준이라는 증언이 나왔고, 이후에 외국인들의 전매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역시 억측일 뿐이었다. 상식적으로 농사가 망했다고, 사재기가 있었다고 쌀이 고갈된다는 건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경제 규모가 다섯 손에 드는 나라인데. 

 

가장 설득력 있는 건 곡창지대의 정치인들과 일본의 농협인 JA 간의 유착이라는 분석이다. 농촌에서는 쌀값이 너무 저렴하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여론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농가는 부당 이득을 얻고, 국회의원들은 지지를 받는 구조다. 이 역시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주변인들은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신임 농림상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비축미를 무한 공급하는 한편, JA를 지목하며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이 역시도 차기 당권을 노리기 위한 액션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의 정치적 갈등은 대부분 자민당 내의 다툼이다. 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로간의 끝을 볼 수 없다.

  

한국이었다면 광화문 광장이 가득 찼을 테지만, 일본 사람들은 시위는커녕 불평도 잘 하지 않는다. 감자와 파스타, 보리로 사라진 쌀을 대체할 뿐이다. 의심을 받는 정치인들의 지역구는 농촌이고, 그들 대부분은 의원직을 세습하고 있다. 지역구 여론만 챙기면 대대손손 국회의원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 타지에서 왈가왈부해 봤자 마이동풍인 이유다.

 

20250716042959_751ddfc8356260c1b1baa024d925d900_4wau.jpg야마가타 산 '쯔야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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