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자란다/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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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나온 길에는 풀이 자란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풀이 자란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풀이 자란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풀이 자란다.
내 발자국을 풀이 덮는다.
내 기침소리를 풀이 덮는다.
내가 지나간 길에는 풀이 자란다.
내가 지나온 자리에는 풀이 자란다.
나는 가고 가기만 할 뿐 무엇도 남지 않는다.
종종 새들이 울 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 슬픔을 풀이 덮는다.
내 사랑을 풀이 덮는다.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 전국계간지작품상,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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