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언제 찾아가도 나를 반긴다/박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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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님!
을사년(乙巳年), 지혜와 성실함을 상징하는 푸른 뱀(靑蛇)의 해를 맞아 더욱 건강하시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지혜로운 판단과 열정으로 더 큰 성과를 이뤄가기를 바랍니다.
2025년 元旦 동헌 박종부 배상”
올 초 지인에게 이렇게 신년 메시지를 보냈었다.
나도 별일 없이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9월 30일, 10월 1일 1박 2일로 우리 테니스 모임이 대구에서 있었는데 돌아올 때 엄청 졸리더니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드러누웠다.
감기 몸살이다.

아직도 덜 나아서 골골거린다.
딱 한 달 동안이나 고생 중이다.
중간에 X-ray를 찍었는데 기관지염이란다.
폐렴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처방을 해주어 5일분을 네 번씩 20일 동안 약을 먹었다.
죽염물로 매일 가글하고 코 안에 넣어 코 속의 농을 씼어냈다.
중간에 추석연휴가 거의 열흘동안이었는데 객지에서 개보름을 보내는 꼴이었다.
아들 며느리 손녀도 밥 한 끼 하고 돌려보냈다.

참 이상한 것이 동네사람을 9월 말 집 앞 휴식터에서 만났을 때 목감기로 고생한다고 했었다.
내가 처방전을 이야기하며 나는 근래에 감기 걸린 적이 없다고 자랑했지를 않는가.
옛말에 '병에 안 걸렸다고 자랑하면 병에 걸린다.'고 했는데 내가 그 꼴이다.

기억해보면 거의 20년 동안 감기를 모르고 살았다.
이번에 20년 동안의 감기를 한꺼번에 앓은 것 같다.
오늘 약이 떨어져서 병원에 갔더니 목요일은 13시까지라고 씌여 있었다.
다른 병원으로 갈까 하다가 발길을 돌려 한강으로 향했다.

모처럼 한강 나들이하며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도 생각하면서 1만보 넘게 걸었다.
한강은 언제 가도 나를 반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꽃이 핀다.
짙은 녹음이다가,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며, 아침. 대낮. 밤 언제 찾아가도 유유히 흐르면서 나를 반긴다.
/2025년 10월 30일. 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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