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도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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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휴에 스프레이식 락카 두 통을 얻었다.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베란다 세탁기가 있는 곳에 마구 품었더니 하필 붉은색이라서 집사람이 보고 난리가 났다. 내 보기에도 정말 난감해졌다. ‘여기가 무슨 무당집이냐? 귀신이 나올 것 같다.’고 연신 나무란다. 마흔살 딸이 그것을 보고 한참 울먹인다. 애비가 이상해졌다는 걱정에서일 것이다.
정말 난감한 일은 연휴라서 페인트가게가 모두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결국 며칠을 기다렸다가 집 주변 페인트가게에서 베란다의 원래 색인 하얀색 한 통과 페인트용 붓, 로울러를 구입했다. 주인에게 물었더니 락카칠 한 위에 덧칠하면 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신문지를 베란다 바닥에 깔고 붉은색 랔카칠 위에 하얀색 페인트를 덧칠했다. 붉은색은 라카라서 방수가 되어서 좋고 본래의 흰색을 덧칠했더니 아주 깨끗한 새 베란다가 되었다. 칠하는 김에 베란다 천정까지도 깨끗하게 도색했기 때문이다.
파크 골프에 갔다가 돌아온 아내가 그제서야 안심한다.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래도 딸은 밥을 같이 먹자고 한다.
오늘이 수요일이라 레지오를 마치고 이 글을 쓴다. 매사에 조심해야지 하면서 내가 한 번씩 일을 내곤 한다. 지난 2월에는 냉장고 안에 있는 것 중 좀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모두 비워버렸다. 누구나 한번쯤 냉장고를 비워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버려지는지 놀랄 것이다. 이것도 자칫하면 큰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백수로 밥 얻어먹으려고 내가 일을 만든다. 어떤 때는 실패하기도하고 어떤 때는 대성공이기도 하는데 이번 일은 어디에 속할까? 궁금하다. 환기시키고 베란다 밖 문을 닫으며 하늘을 보니 달이 둥글어간다. 사월 보름 닷새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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