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은 변한다
-인천의 전통적 정신은 무엇인가
본문

장종권 | 시인·본지 발행인
세상은 변한다. 변하게 되어 있다. 그것도 반드시 변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견고하게 굳어 있던 것들도 어느 순간 갑자기 달라진다. 이것이 인생무상(人生無常)이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인생과 우주에 영원히 한결같은 것은 없다는 이치는 『주역』이 일깨우는 변화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변화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사람은 좀처럼 변하려 하지 않는다. 익숙한 자리가 편안하고, 오래 지켜 온 생각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회는 언젠가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뜻밖의 변화 앞에서 쉽게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수십 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안정의 증거인지, 아니면 위험의 징후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기존의 질서를 지키는 일에만 힘을 쏟는다면 끝내 헛심을 쓰고 말 것이다. 낡은 것을 붙잡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를 새롭고 발전적인 변화에 투입한다면 그 성과는 얼마나 눈부시겠는가. 새로운 길에는 실패의 가능성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따른다. 그러나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시행착오는 반드시 낭비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지혜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다음 걸음을 가능하게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회보다 실패에서 배우는 사회가 더 멀리 나아간다.
변화란 무조건 옛것을 버리는 일이 아니다. 오래된 것 가운데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하는지 분별하는 일이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와 전통에 갇히는 태도는 다르다. 전자는 오늘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후자는 내일의 가능성을 좁힌다. 묵은 정서에만 기대어 세계를 향해 시야를 넓히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과거의 껍데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오늘도 살아 움직이는 정신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천의 전통적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아픔과 상처가 많은 도시다. 그 상처의 흔적을 기억하고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만으로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생긴 까닭을 정확히 살피고 그것이 오늘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상처를 자랑하거나 슬픔에만 머무르는 태도로는 새로운 인천을 열기 어렵다.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까닭은 과거에 붙잡혀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롭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는 생명체로서의 인천이 지닌 본질을 찾는 일에 다시 진지하게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 도시를 움직여 온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살피지 않고서는 인천다운 인천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다.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인천정신을 길어 올리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한국인의 가치 있는 특질을 찾는 작업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유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어디로 가야 할지도 분명해지는 법이다.
무엇보다 과거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진단이 잘못되었다면 아무리 많은 처방을 내놓아도 올바른 치유에 이를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붙들고 본질을 놓친다면 문제는 다른 모습으로 되풀이될 것이다. 인천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자랑스러운 기억은 자랑스럽게 간직하되, 아픈 기억은 아픈 그대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경험이 미래를 밝히는 자산이 된다.
진정한 변화는 살아 있는 본질을 바탕으로 새롭고 창의적인 미래를 열어 가는 일이다. 묵은 것을 무조건 지키려는 완고한 생각이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인천 사회의 세계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변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서둘러 뒤집자는 말도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듣고 충분히 논의하되, 논의의 목적이 단지 지금의 자리를 보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그 안에는 미래를 향한 창의성과 역동성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합의란 과거의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여야 한다. 변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새로운 생각을 밀어내고, 미래를 말하면서도 과거의 방식만 고집한다면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민의 자긍심도 오래된 이름을 되풀이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가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자라난다.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찾아야 할 인천정신일 것이다.
인천다운 인천의 본질을 찾자. 인천시민의 자긍심을 세우고 삶의 질을 높이자. 상처의 기억을 미래의 자산으로 바꾸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풍요로운 변화를 모색하자.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다면 그 변화를 마냥 두려워하며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 가는 편이 옳지 않겠는가. 세상은 변한다.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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