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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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식에 가는 일이 잦습니다. 오늘도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결혼식에 간다고는 하지만 늘 그게 그거인 것 같아 혼주에게 축하 인사하고 부조금 전하고 식권 받으면 식장 한 번 쓱 둘러보고 연회장으로 바로 향하는 게 대부분이라 결혼 예식을 보러 가는 건지 한 끼 식사하러 가는 건지 모호하지만 가끔 예식을 지켜보는 날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늘 느끼는 건 결혼식의 풍경이 매번 바뀌어 있다는 겁니다. 유행을 타는 걸까요. 누가 선도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결혼식도 예외 없이 유행을 타는 것 같습니다.
제게 첫 기억의 결혼식은 막내 고모의 합동결혼식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의 기억인데 그날 초등학교 강당에서 고모는 동네 친구의 누나와 합동결혼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꼬꼬재배라고 부르던 전통혼례식을 했지요. 우리 세대가 결혼할 때도 결혼식 후 폐백을 올렸으니 전통혼례의 전통이 어느 정도는 살아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거의 사라진 듯합니다. 시집을 중심으로 치루던 의식이 양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더니 언제부터인가 사라졌습니다. 허례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실용성을 중시해서일까요.
오늘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서 본 풍경도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이제껏 봐 온 결혼식 풍경에서의 첫 등장은 양가 어머니들이었는데 화촉을 밝히기 위해서였지요. 앞만 보고 걷던 어머니들이 언제부터인가 레드카펫을 밟는 연예인들마냥 행진을 하더니 오늘은 양가 부모님 모두 등장해서 행진을 했습니다. 신랑 측 먼저, 신부 측 나중인 순서는 그대로였지만 물론 화촉도 함께 밝혔습니다. 사회자의 설명으로는 양가 부모님들께 과거의 결혼식을 재현해서 체험하게 하려는 것이라더군요. 오늘의 행진으로 혼주님들의 삶이 첫날처럼 다시 부풀어 올랐을까요.
“93년의 신랑 XX와 신부 XX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92년의 신랑 XX와 신부 XX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전문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양가 부모님들이 이어서 행진을 하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제 결혼식 때가 문득 떠올라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본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이미 한참 지난 유행일까요. 아마 이 풍경도 좋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면 한참은 결혼식장에서 더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유행은 유행인지라 결국 또 다른 유행에 밀려 사라질 겁니다. 그래도 오늘의 결혼식 풍경은 일단 보기에는 참 좋았습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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