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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오류/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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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겨울방학으로

페달을 밟는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길이

아득하다 

 

술집을 전전하는 아버지보다

먼저 취한 자전거를 끌고 오다가

미나리꽝에 고꾸라졌다 

 

돌로 박박 문질러 씻어도

시궁창 냄새가 났다

어둠이 깔려

타닥타닥 타들어 갔다 

 

망가진 자전거,

어머니는 좀도리 쌀을 팔아

그때마다 중고 자전거를 사 왔다

세 대인가? 네 대인가? 

 

기억이 롤러코스트를 탄다

군주처럼 살던 이를 어머니는 정말

자식들보다 더 사랑했나? 

 

휘적휘적 탱자나무 울타리를 넘던 달이

키득거렸던가,

 

 

이현

202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어디쯤에서 기억은 오류가 났을까요. ‘자전거를 끌고 오다가 고꾸라진 미나리꽝이나 어머니가 사 왔다던 자전거 대수에서였을까요. ‘팔았다는 한 줌 두 줌 아껴 모은 좀도리 쌀에서였을까요. 아님 자식들보다 군주처럼 살던 이를 더 사랑했다는 사실이 의심되는 어머니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다는 군주에서였을까요. 그도 아님 그 밤 달이 휘적휘적 넘었다던 탱자나무 울타리에서였을까요. 

 

사실 오류라고 해도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지요. 기억은 애초 기억되는 순간부터 바로 잘 태어난 시인이 시를 다듬듯 잘 배운 소설가가 퇴고를 거듭하듯 각색을 시작하니까요. 의도가 있든 없든 기쁜 기억은 기쁜 기억대로, 슬픈 기억은 슬픈 기억대로 확장되기도 하지만 또 기억은 축소되거나 생략되기도 하지요. 확장이 확장대로 의미가 있듯이 축소나 생략은 또 그대로 이유가 있겠지요.  

 

감추고 싶은 기억에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기도 하고, 생략되어졌다고 생각된 기억이 불현듯 튀어나와 줄줄이 사탕마냥 소환되기도 하지요. 자랑하고 싶은 기억도 망각하고 싶은 기억도 가는 세월 앞에서는 다 시든 꽃으로 떨어지는데 시인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기억인지 기억의 오류인지 예단할 수 없네요. 분명한 건 어린 영혼이 상처를 받았다는 거지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다 삭지 않는 상처.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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