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여 오는 풍경/고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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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이야기나 장면이 없더라도
천둥 번개 치는 극적인 구조가 없더라도
캄캄한 동굴 끝에 밝은 하늘이 비치듯
환히 트여오는 풍광이 있다면
뜻있는 풍경화로 맞이해야 하리.
고창수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파편 줍는 노래』 『산보로』 『몇 가지 풍경』 『시네포엠』 『소리와 고요 사이』 『원효를 찾아』 『사물, 그 눈과 귀』 『말이 꾸는 꿈』 『사라반드』 등이 있음. 시문학상, 코리아타임스 한국문학번역상, 국제PEN한국본부 번역문학상, 루마니아 Lucian Blaga 세계시축제 대상 등을 수상.
지나간 해나 새로 맞이한 해나 풀어놓으면 언제나처럼 일상은 분주하게 빠르게 돌아갑니다. 송년회니 망년회니 하면서 왁자지껄하게 한 해를 보내고 들떠서 맞이한 새해라고 갑자기 없던 적토마가 쨍하고 나타나 우리를 태우고 달릴 일은 없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나 장면이 없더라도/천둥 번개 치는 극적인 구조가 없더라도” 새해가 되면 없는 꿈을 새삼스럽게 다시 들추어보기도 합니다. 맞아야 할 특별한 일은 없더라도 긴 밤이 지나고 새벽 무렵 먼 하늘이 붉게 타오르면 또 새삼 가슴이 뛰는 것처럼요. “환히 트여오는 풍광”을 느끼면서 “맞이해야 하”는 “뜻있는 풍경화”는 어쩌면 맞이하기에 앞서 먼저 만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건 마음입니다. 나날이 “뜻있는 풍경화”를 만들어 맞이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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