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 김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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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인턴 시절이다
고요가 밀물처럼 깔린
신생아실 정오
눈도 못 뜬 갓난쟁이
어깨에
배추흰나비 만한
연꽃이
환한 걸 본 적이 있다
보이지 않은
나이테를 안고 어른이
다 된 그 연꽃들
시방, 어느
연못이 감추고 있을까
김춘추
1944년 경남 남해에서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요셉병동』 『어린순례자』 『聖오마니』 『산이 걸어 들어온다』 『아무르강 순록』 등이 있음.
무료한 나이가 되어서일까요. 가끔은 뜬금없이 굳이 인연이라 할 것까지 없는 인연이 슬그머니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사람을 애잔하게 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인연이 있었지요. 애써 생각한다고 더 떠올릴 것 없는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이지만, 떠오르니 또 궁금해지기도 하는 인연이지요. 시인은 “새하얀 인턴 시절” “신생아실”에서 만난 인연이 떠올랐나 봅니다. 너나 나나 태어날 때는 다 마찬가지인 “환한” “연꽃”으로 다가온 인연은 “시방”도 “어느/연못”에선가는 뿌리를 내리고 “보이지 않은/나이테를 안고 어른이/다 되”었을 터인데, 떠오르니 그런 인연도 인연이라 새삼 그리워지기도 하는가 봅니다. 설마 “감추고 있을”리 만무함에도 저 역시 떠오른 인연이 그리운 건 어쩌면 그 인연을 놓친 게 아쉬워서일 수도 있습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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