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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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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귤은 돌이 되려 한다 

 

마르고 쪼그라들더니

작고 단단한 돌이 되고 있다

온화하던 빛깔과 새콤함은

이제 상상만으로 음미해야 한다 

 

몇 날은 수척해지는 데 몰두했고

들고 나는 숨을 닫아버리더니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염탐하듯 눌러보는 내 손가락을 밀어냈다 

 

저 돌은 점이 되려 한다 

 

물체에서 극단의 한 점으로

빛깔을 놓아주고

제 속으로 파고들어

긴 고통의 끝점으로 가려 한다 

 

침묵 같은 단단함으로

빛깔과 향기를 속에 가두고

더는 호흡하지 않는다 

 

아주 고요한

처음이 되고 있다 

 

 

권순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벌의 별행본이 있음. 

 

그해 어버이날 즈음해서 찾아갔을 때 구순을 바라보던 엄마는 몸피가 확 줄어 있었습니다. 엄마 말로는 20키로 정도가 줄었다고 했습니다. 그날 2주 만에 몸을 추스르고 나앉았다는데 아프다가 말다를 반복한 건 좀 되었다고 했습니다. 큰 덩치는 아니었지만 늘 보아왔던 몸피가 아니어서 몸피가 줄어든 건 엄마가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알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줄어든 몸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났습니다. 떠나기 몇 주 전에 곡기를 끊었으니 떠날 때 엄마의 몸은 그보다도 더 줄어있었을 겁니다. 

 

생전의 온화하던 빛깔과 새콤함마저 다 놓아주고” “닫아버리는” “들고 나는 숨을 지켜보는 화자 옆에서 저도 한참 을 참고서 함께 머무르는데, “마르고 쪼그라들딱딱하게 굳어작고 단단한 돌로서도 아니고, “마르고 쪼그라들다 못해 극단의 한 점이 되어서야 가는 아주 고요한/처음의 세계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결국에는 우리도 언젠가는 가야 하는 그 세계는 알 수도 없으며 온전하게 상상할 수도 없지만 확실한 건 분명 빈손이리라는 겁니다. 움켜쥐고 싶어도 더 이상 어떤 것도 움켜쥘 수가 없는 빈손입니다.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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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권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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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 선생님, 제 시 올려주시고 언급해 주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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