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 송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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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가지 위에 앉아 있는 가슴 두어 개
색 바랜 옷을 한 올 한 올 벗어던진다.
한겨울에 쭈그러진 젖을 다 드러내놓고
줄곧 높은 하늘에 가슴을 물리고 있다.
송창현
2021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와락, 능소화』 『쇠똥구리 씨에게 말해야지』가 있음.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다 따지 않고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감을 까치밥이라고 합니다. 하고 많은 새들 중에 유독 까치를 앞세워 이름을 붙인 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오는 김에 까치가 와서 좋은 소식까지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니 까치밥은 까치가 와서 먹어줘야 제맛인데 오늘의 까치밥은 아무도 입 대지 않았나 봅니다. “한겨울”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마침내 “쭈그러진” 영감으로 남은 걸 보면요. 한데 이 “쭈그러진” 영감을 보고 시인은 하늘을 먹이는 “젖”으로 상상력을 확장시켰습니다. 아, 시인의 새로운 시선과 확장된 상상력에 절로 감탄이 터집니다. 이건 아름답습니다. 이건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상상을 촉발하게 합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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