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편집하다/ 신은하
본문
길거리 분수대의 아이들처럼
흠뻑 젖은 채 웃으며 뛰놀았으면,
친구는 저만한 손주도 봤는데
나잇값을 해야지.
말도 안 되는 어떤 일
치미는 부아를 와락 쏟아버릴까.
돌아서면 후회할 텐데
품위를 지켜야지.
자질구레한 걱정 다 잊고 한 달쯤
아니 일주일도 많아
1박 2일만 유람하면 좋겠지만
나 없는 자리 삐걱거릴까 봐 안 되겠다.
꿈과 이상도
살아남아야 싹 트는 법인데
어쩌려고 뻘 생각이냐고
색종이꽃 만들 듯 가위로 오려낸 동그라미
굴렁쇠처럼 굴리며 간다.
비틀거릴 때마다
좁은 모퉁이마다
걸리는 모서리 깎고 깎았더니,
작아진다.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신은하
2021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엄마의 옛날 이야기』가 있음.
누구라도 의지할 것이 있으면 그 누구는 그것으로 삽니다. 누구라도 즐길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누구는 그것으로 삽니다. “비틀거릴 때마다/좁은 모퉁이마다/걸리는 모서리 깎고 깎”아서 “작아지”고 “작아지”고 “한없이 작아지”더라도 “노골적으로 드러난 꽃의 마음”을 읽으며 “솔직함은 선명한 색”(「바람과 나」)이라고 찬탄하면서 “꽃의 웃음과 향기가 번지면” “꽃순”(「번지다」)이가 되는 한 그 누구는 그것으로 잘삽니다. 위 시가 실린 시집 『엄마의 옛날 이야기』 한 권의 대부분이 온통 꽃과 꽃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어서 하는 소리입니다.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는 데다가 상상으로 그리기조차 못하는 얼굴이 부지기수인데 “해 바뀌고/어디서 누굴 만나도,/맑고 고운 얼굴에 번지는 웃음꽃”(「상봉」)가득 피우는 이런 꽃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 알아보면서 시시때때로 안부를 묻고 안부를 전하는 그 누구는 그러므로 그것으로 삽니다. “나잇값”으로 접고, “품위”로 접고, “유람”마저 접어두고 “오려낸 동그라미/굴렁쇠처럼 굴리”는 “편집”을 하면서도 꽃의 이름을 부르고 꽃을 찾아 즐기며 잘삽니다. 그러니 뻘짓은커녕 “뻘 생각”만으로도 주눅 들어야 하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나이도 없습니다. 되려 그리하여 그 누구는 꽃의 마음으로 인하여 커지고 커지고 더 커집니다.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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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이외현님의 댓글
모서리 깎고 깎다 보면 점점 작아져서 한 점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