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댁, 물빛/허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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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붕장어 다시 잡아 도마 위에 놓고 배 가르는 부르튼 손 봤지. 갈치 흥정하다 그냥 가는 손님을 한동안 쳐다보던 뒷모습 봤지. 동태 몸뚱이를 무쇠칼로 내려치다 힐끗 뒤돌아보던 눈빛 봤지. 자욱한 비린내 밀어내고 늦은 점심 훌쩍이고 먹을 때 흘러내린 머릿결 말없이 쓸어올리던 모습 봤지. 쓸데없이 덤 준다고 두 번째 서방한테 구박 먹는 거 봤지.
그딴 건 늘 있는 일이잖아?
교통사고로 힘겹게 버티던 딸 화장해서 뿌리고
끌려 나오듯 가게 나온 목포댁 얼굴 봤어?
그 시린 물빛 봤어?
허문태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 『배롱나무꽃이 까르르』.
그 시린 물빛은 어떤 빛일까.//갈 데까지 다 가서 더 이상/갈 데가 없는 막장빛일까./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내몰려도/꾹꾹 참는 주먹울음빛일까./일 없어도 늘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듯/온몸 쑤시는 푸르딩딩한 멍빛일까.//땅이 꺼진 줄도 모르고/그 움푹 파인 구덩이 속으로/한없이 끌려들어가는 자포자기빛일까./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끌려나오면서/마음 다잡아먹는 또 자포자기빛일까.//그 시린 물빛은 어떤 빛일까.//시를 읽다 말고//도로가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내다보다가/창문을 흔드는 바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천정을 보다가/바닥을 보다가//비 오네/바람 심하네/태풍이 장난이 아니네/혼잣소리를 중얼중얼하며/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혹 이런 빛일까.//그냥 멍하니 멍 때리는 빛.//뱃전을 때리는 빛/광장을 떠도는 빛.//그 시린 물빛은 어떤 빛일까.- 졸시「그 시린 물빛 봤어?」/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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