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정치산
본문
경고
이 지역은 군사시설물이므로
무단접근 및 사진촬영을 금함.
수천수만의 잎들이 경고판을 뒤덮으며 뻗어간다. 걷어채이면 채일수록 더욱 더 단단히 부여잡고 위를 향한다. 삭막한 콘크리트 벽, 넘어선 안 될 경계를 쉼 없이 넘어가고 있다. 겨우내 죽음처럼 누웠던 잎들이 바람이 휘몰아칠 때마다 파닥파닥 일어서며 근접할 수 없는 구역을 넘어 유월의 심장 속으로 파도쳐 간다.
정치산
2011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난 치악산』, 『그의 말을 훔치다』가 있음.
세상의 모든 것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경계는 넘어서지 말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넘어서야만 제대로 된 세계를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경계는 넘어설 수 없는 경계입니다. 우리에게는 “무단접근”과 “사진촬영”마저 금지된 넘어설 수 없는 저 경계를 담쟁이는 “넘어가고 있”군요. “쉼 없이” “파닥파닥”. 우리도 언젠가는 넘어갈 수 있겠지요. 저 담쟁이처럼. 벽을 부수고 울타리를 걷어내고서. 희망은 “더욱 더 단단히 부여잡고 위를 향”할 수 있는 악력을 요구합니다./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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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정치산 기자님의 댓글
이외현님의 댓글
눈이 나빠서인지 약력과 해설이 흐릿합니다.
또렷한 흰색으로 해주시면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