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있으나/프란츠 카프카(편영수 옮김)
본문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
1908년 ≪휘페리온≫에 여덟 편의 산문을 처음으로 발표. 작품으로 『관찰』, 『변신』, 『선고』, 『유형지에서』, 『성』, 『단식 수도자』 등.
가던 길이든지 이제 막 떠나는 길이든지 길은 어디까지나 어딘가로 간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이 길은 선택을 요구하지요. 이미 주어진 길이 여러 갈래라면 어느 갈래의 길을 갈지, 새로 만드는 길이라면 어느 쪽으로 향하는 길일지 정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길을 선택하려면 물론 깊이 생각하고 잘 살피는 것이 필수입니다. 길의 끝에서 번번이 낭패를 당하는 것은 길을 잘못 선택해서일 겁니다. 애초에 맥락을 무시했거나 깊은 생각 없이 결정해서일 겁니다. 그러니 “목표는 있”어도 “길은 없”습니다. “우리가” 마침내 “길이라고 부르”려면 이 제대로 된 “망설임” 이후가 될 것이고, 그러니 “망설임”이 곧 “길”일 겁니다. 그리고 이미 주어진 길이든지 새로 만드는 길이든지 일단은 가야 길입니다. 가지 않으면 길은 길로 불릴 수도 이어질 수도 없습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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