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절망하기/이외현 > 시읽기

본문 바로가기

시읽기


안심하고 절망하기/이외현

본문

옥류정-1000.jpg

1956년 약수터 찾는 주민들을 위해 지어진 성균관대학교 뒷편 '옥류정'. 성균인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이현성 찰칵.

 

  

해꽃이 우주를 돈다

달꽃이 지구를 돈다

별꽃이 땅을 돈다

칩이 구른다

룰렛이 구른다

꽃잎이 구른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끝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 퀴퀴한 지하실, 천 길 땅속

차라리 열려라 지옥문, 몽환이 새끼집을 짓는 사이 쿵, 소리가 난다

꽃잎이 으깨진다

뿌연 초승달이 끌끌 혀를 차며 언뜻 가렸다가 보였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전율이 인다

찢어진 꽃잎 사이로 보이는 흐린 하늘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틈을 타 달이 손 내밀어 일으키네

별이 흙을 툭툭 털어주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하네.

 

이제야 꽃은 안심하고 절망한다.

-이외현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에서

 

 

이외현

2012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  리토피아문학상,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계간 《아라문학》 부주간. 막비시동인.

 

 

감상

 

 

당연히 인간은 비극적 존재이다.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가 끝내는 죽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끝내 죽게 되지는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마치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분명하게 진행되는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생명이라는 것도 이런 자연과 우주의 이치처럼 순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어떤 비극적 상황에도 마음은 절로 편해지기 마련일 수도 있겠다. 진흙탕에 자빠져도 흙을 털어주며 눈감아주는 별도 있어 절망도 편안하다./장종권(시인)


  

Copyright © 한국문화예술신문'통'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한 회원 보기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 전체검색
상담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