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짓말처럼/김상출
본문
어지는 와 갱노당 안왔니껴
아이고 오만 삭신이 아파서리
오랜만에 남씨 할매가 왔드마는
남씨라니 누구 말이니껴
저기 거 곱작골 복판 골목에 사는
아니 거는 영감이 남씨잔이요
참 밸 거 가지고 따지운다 그기 그기지
그나저나 그 할매 맨날 아프다등만
글씨 영감 죽자 그짓말처럼 나삿다느만
오매 그랴 진짜루
글씨 그 할마씨가 신이 나서 야그하드만
우리 영감탱이 죽으모 나도 안 아플라나
아이구 참 밸소리 다하는구먼
거나 우리 영감이나 드러븐 성질 알자녀
아고 누가 들을라 무섭구만 왜이랴 자꼬
아녀 올 지늑부터 물 떠놓고 빌어바야제
허이 이 할마씨가 자꼬 와 이래쌀꼬
임자만 알고 이써 내가 그짓말처럼 낫거들랑
- 시집 『바보같이 2023년』
김상출
2011년 ≪영주작가≫로 등단. 시집 『아픈 손가락』외.
웃자고 하는 말일까요. “임자만 알고 이써 내가 그짓말처럼 낫거들랑” 하고 꼭꼭 명토 박는 노파의 말을 듣자니 단지 웃자고 하는 말은 아닌 듯합니다. 예사로운가요. 칠순이 안 되어서 아직 경로당에 갈 처지도 안 되었는데 경로당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노파의 말에 가슴이 뜨끔하기라도 했을라나요, 말을 전하는 시인의 심사가 예사롭지만은 않습니다. 삼식이라고들 하나요. 세 끼 꼭꼭 챙겨 먹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사내들을 이르는 말. 이건 사내들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고, 저도 사내라서 들어 본 적은 없어도 밖에서 놀다가도 밥때가 되면 집에 돌아가 늙어서까지 제 밥 한 끼 안 차려 먹는 영감 밥 차려야 하는 노파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거나 우리 영감이나 드러븐 성질 알자녀” 새삼 부엌일 배워서 밥하고 국 정도는 끓여서 제 손으로 차려 먹는 정도는 바라지 않더라도 밥때 지났다고 바쁘게 들어오는 아내에게 “드러븐 성질”까지 부리는 영감을 보면 “우리 영감탱이 죽으모 나도 안 아플라나” 안 그래도 온 삭신이 아픈 노파의 저런 심사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글씨 영감 죽자 그짓말처럼 나삿다느만” 죽고 난 뒤에도 이런 말 듣는다면 글쎄 저는 속이 안 편할 듯합니다만, 어떠신지요. 아직은 젊은 영감님들./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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