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편집하다/ 신은하
길거리 분수대의 아이들처럼흠뻑 젖은 채 웃으며 뛰놀았으면,친구는 저만한 손주도 봤는데나잇값을 해야지.말도 안 되는 어떤 일치미는 부아를 와락 쏟아버릴까.돌아서면 후회할 텐데품위를 지켜야지.자질구레한 걱정 다 잊고 한 달쯤아니 일주일도 많아1박 2일만 유람하면 좋겠지만나…
영원한 내 편/ 박하리
엄마 잘 지내.어깨 아픈 건 무릎 아픈 건 참을만 해.엄마 글쎄 매실도 담가봤다. 그리고 겉절이도 해봤어.총각김치도 담가 봤고.엄마 있을 때 왜 안 했을까.딸아이가 할머니가 조기 구워 살점 떼어 줄 때 먹을 걸 그랬다나.그때 왜 안 먹었을까, 자꾸 물어보네.…
목포댁, 물빛/허문태
놓친 붕장어 다시 잡아 도마 위에 놓고 배 가르는 부르튼 손 봤지. 갈치 흥정하다 그냥 가는 손님을 한동안 쳐다보던 뒷모습 봤지. 동태 몸뚱이를 무쇠칼로 내려치다 힐끗 뒤돌아보던 눈빛 봤지. 자욱한 비린내 밀어내고 늦은 점심 훌쩍이고 먹을 때 흘러…
목표는 있으나/프란츠 카프카(편영수 옮김)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 1…
먼 곳에서부터/김수영
먼 곳에서부터먼 곳으로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조용한 봄으로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내 몸이 아프다 김수영(…
고로쇠 축제/임채성
내 몸이 천 개라면네 허기가 채워질까 꽃과 잎, 단풍 같은 눈요기론 모자라서 등골에 빨대를 꽂고휘파람을 부는 이여 네 봄이 축제라면내 봄은 천형인가 포식과 피식 사이 빈혈증이 도지는 숲&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