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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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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황희순

(경북 청송 주왕산 주산지)     청개구리 날개는 언제 사라졌을까 사람의 꼬리는, 너를 그리워하던 마음은 언제 슬며시 사라진 걸까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청개구리가 운다 저거 무슨 새 소리야 지나가는 아이가 제 어미에게 묻는다 글쎄, …

사인암 방명록을 뒤적이다ㆍ2 / 정치산

<중국 황산>   사인암 아래 난간에 바람의 방명록을 묶어 둔다. 바람에 넘겨진 페이지들이 출렁다리에서 흔들린다. 수천 번 다녀간 이름들이 천천히 페이지를 덧씌운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시험을 앞두고 새기는 기도다. …

기억의 오류/이현

    5학년 겨울방학으로 페달을 밟는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길이 아득하다    술집을 전전하는 아버지보다 먼저 취한 자전거를 끌고 오다가 미나리꽝…

늙어서야 겨우 미안하다/이성필

      날아가는 글자를 잡으려고 언덕에 앉아서 가만히 적는다. 왜 저러지 하던 당신도 그런가보다 하며 조용히 본다. 빨라도 늦어도 우리의 시간이란 같이 늙어가는 것이다.    새카만 당신은 내가 하는 짓의 속…

맴*이 거시기혀서/김용균

      꼭 헐 말이 있고만 왜 이런당가요 내동 암시랑토*안 혔는디 입도 띠기 전부터 으찌 이러크롬 가심*이 벌렁거리고 쌔바닥*은 얼음뎅이맹키로 굳는지 몰러 구신이 곡허다 말고 지한테 씨웠당게요    이 시…

크레바스/고영숙

(경주 문무대왕암)   거대한 빙하가 내게로 넘어온다 사랑한다, 안 한다     당신과 나 좁힐 수 없는 간극     사랑한다, 안 한다     물결자국이 날카롭게 지나가는 순간 &…

트여 오는 풍경/고창수

    아기자기한 이야기나 장면이 없더라도 천둥 번개 치는 극적인 구조가 없더라도 캄캄한 동굴 끝에 밝은 하늘이 비치듯 환히 트여오는 풍광이 있다면 뜻있는 풍경화로 맞이해야 하리.   고창수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

여행 2 / 최서연

    집에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듯, 나에게서 나갔다가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최서연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으로 『물은 맨살로 흐른다』 『흩어지면 더 빛나는 것들』 『다음엔 부처꽃』이…

나이테 / 김춘추

  새하얀 인턴 시절이다   고요가 밀물처럼 깔린 신생아실 정오 눈도 못 뜬 갓난쟁이 어깨에 배추흰나비 만한 연꽃이 환한 걸 본 적이 있다 보이지 않은 나이테를 안고 어른이 다 된 그 연꽃들   시방, 어느 연못이 …

쉬세요 주무세요 / 이성필

      가게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늦은 저녁을 먹을 때     가끔 아내에게 장모님한테서 심심한 전화가 온다     일은 끝났느냐 별일 없느냐 애들은 잘 있느냐  …

숨/권순

    저 귤은 돌이 되려 한다    마르고 쪼그라들더니 작고 단단한 돌이 되고 있다 온화하던 빛깔과 새콤함은 이제 상상만으로 음미해야 한다    몇 날은 수척해지는 데 몰두했고 들고 나는 숨을 닫…

감 / 송창현

    마른 가지 위에 앉아 있는 가슴 두어 개 색 바랜 옷을 한 올 한 올 벗어던진다. 한겨울에 쭈그러진 젖을 다 드러내놓고 줄곧 높은 하늘에 가슴을 물리고 있다.     송창현 2021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낯선 섬/은정

    동천의 한가운데 낯선 섬이 생긴다. 어느새 푸른 이끼와 풀들이 섬을 감고 섬을 이룬다.   주민은 왜가리 한 마리 그마저도 좁아서 맨날 다리 하나로 섬을 지킨다.   누추한 잿빛 두루마기 바람 깃 여미며 미동이 …

나를 편집하다/ 신은하

길거리 분수대의 아이들처럼흠뻑 젖은 채 웃으며 뛰놀았으면,친구는 저만한 손주도 봤는데나잇값을 해야지.말도 안 되는 어떤 일치미는 부아를 와락 쏟아버릴까.돌아서면 후회할 텐데품위를 지켜야지.자질구레한 걱정 다 잊고 한 달쯤아니 일주일도 많아1박 2일만 유람하면 좋겠지만나…

동상이몽/이외현

  마음은 지중해를 향하고 몸은 전철에 실려 일하러 가고 그러다가 만난 사람 중 혹자는 사랑하고 혹자는 미워하고    귀여운 카톡 이모티콘 아래 깨알 지시가 담긴 문자가 오고 모가 난 지적질에 풀이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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