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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섬/은정

    동천의 한가운데 낯선 섬이 생긴다. 어느새 푸른 이끼와 풀들이 섬을 감고 섬을 이룬다.   주민은 왜가리 한 마리 그마저도 좁아서 맨날 다리 하나로 섬을 지킨다.   누추한 잿빛 두루마기 바람 깃 여미며 미동이 …

나를 편집하다/ 신은하

길거리 분수대의 아이들처럼흠뻑 젖은 채 웃으며 뛰놀았으면,친구는 저만한 손주도 봤는데나잇값을 해야지.말도 안 되는 어떤 일치미는 부아를 와락 쏟아버릴까.돌아서면 후회할 텐데품위를 지켜야지.자질구레한 걱정 다 잊고 한 달쯤아니 일주일도 많아1박 2일만 유람하면 좋겠지만나…

동상이몽/이외현

  마음은 지중해를 향하고 몸은 전철에 실려 일하러 가고 그러다가 만난 사람 중 혹자는 사랑하고 혹자는 미워하고    귀여운 카톡 이모티콘 아래 깨알 지시가 담긴 문자가 오고 모가 난 지적질에 풀이 죽고…

영원한 내 편/ 박하리

 엄마 잘 지내.어깨 아픈 건 무릎 아픈 건 참을만 해.엄마 글쎄 매실도 담가봤다. 그리고 겉절이도 해봤어.총각김치도 담가 봤고.엄마 있을 때 왜 안 했을까.딸아이가 할머니가 조기 구워 살점 떼어 줄 때 먹을 걸 그랬다나.그때 왜 안 먹었을까, 자꾸 물어보네.…

순애보/김동호

 꽃이 졌으니 이제너를 잊도록 하겠다 창밖 꽃밭에서 밤새목 터지도록 통곡소리 들려와 저렇게 꽃들마저이승의 짐을 싸는 봄밤인데 모질게 들러붙던 눈빛, 두근대던 미련모조리 버리도록 하겠다 간밤 꿈보다 쉽게 꽃이 졌으니그만 짐을 …

달을 잃다/최서연

    집게손가락 눈만 보다가 달을 잃었다. 달만 잃은 것이 아니라 밝음도 어둠도 잃었다. 아니, 달과 밝음과 어둠만 잃었을까 손가락마저 잃었다.   한참 후에 알았다.  -계…

목포댁, 물빛/허문태

  놓친 붕장어 다시 잡아 도마 위에 놓고 배 가르는 부르튼 손 봤지. 갈치 흥정하다 그냥 가는 손님을 한동안 쳐다보던 뒷모습 봤지. 동태 몸뚱이를 무쇠칼로 내려치다 힐끗 뒤돌아보던 눈빛 봤지. 자욱한 비린내 밀어내고 늦은 점심 훌쩍이고 먹을 때 흘러…

담쟁이/정치산

  경고이 지역은 군사시설물이므로무단접근 및 사진촬영을 금함.  수천수만의 잎들이 경고판을 뒤덮으며 뻗어간다. 걷어채이면 채일수록 더욱 더 단단히 부여잡고 위를 향한다. 삭막한 콘크리트 벽, 넘어선 안 될 경계를 쉼 없이 넘어가고 있…

생일/이성복

   그는 돌 속에서 눈을 뜬다 사방은 고요하고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본다 그는 작은 소리로 묻는다 “이젠 지나갔겠지” 아직, 아직…… 이라고 시계가 재잘거린다 그렇다면 더 자야 한다는 건가 그는 배가 고프다 그는…

목표는 있으나/프란츠 카프카(편영수 옮김)

  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고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 1…

먼 곳에서부터/김수영

 먼 곳에서부터먼 곳으로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조용한 봄으로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내 몸이 아프다  김수영(…

그짓말처럼/김상출

      어지는 와 갱노당 안왔니껴아이고 오만 삭신이 아파서리오랜만에 남씨 할매가 왔드마는남씨라니 누구 말이니껴저기 거 곱작골 복판 골목에 사는아니 거는 영감이 남씨잔이요참 밸 거 가지고 따지운다 그기 그기지그나저나 그 할매 맨날 아프…

고로쇠 축제/임채성

내 몸이 천 개라면네 허기가 채워질까  꽃과 잎, 단풍 같은 눈요기론 모자라서  등골에 빨대를 꽂고휘파람을 부는 이여  네 봄이 축제라면내 봄은 천형인가  포식과 피식 사이 빈혈증이 도지는 숲&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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