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장종권
본문

사탕 한 알 굴리다가
대화 도중에 삼켜버렸다.
뱃속에서 녹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녹지 않는다.
또르르또르르
뱃속 어디선가 굴러다닌다.
끝내 삼켜버린 말 한마디가
죽지를 않는다.
언제까지 뱃속에서
굴러다닐 셈인가.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전설은 주문이다』 『함석지붕집 똥개』 『찰방찰방 똥바다 건너』 외, 성균문학상, 미네르바문학상 수상 외, 현재, 계간 《리토피아》 편집인, 계간 《아라쇼츠》 , 한국문화예술신문 <통> 발행인.
이 사탕 제게도 있습니다. 한 알도 아니고 여러 알 제 뱃속에 있습니다. 뱉을까 말까 궁리하다가 꿀꺽 삼킨 사탕들. 뱉어내지 않는 한 아마 평생을 제 뱃속에서 굴러다닐 겁니다. 때로는 배앓이를 유발하면서, 때로는 명치끝을 때리면서, 때로는 혈압을 올리면서, 두통을 일으키면서, 녹지도 죽지도 않고 약을 올리며 굴러다닐 겁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요. 아니면 나이가 약이던가요. 때로 무덤덤해지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한 번씩 또 요동을 칩니다. 구토의 욕망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습니다. 새삼 뱉어 내려도 이제는 늦었구나 싶으니, 그것도 한참을 늦었구나 싶으니, 이 사탕들 남은 생도 뱃속에서 구르다가 죽을 때 같이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지 싶습니다. 녹지 않아도 녹은 듯, 죽지 않아도 죽은 듯, 모른 체하면서 가야 하지 싶습니다. 살아야 하기에 방편이 그렇습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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